국제사회 인정 위해 테러 근절 절실…연일 급습 "완전 격퇴" 자신
시신 걸어놓는 등 '공포 정치'까지…주민 반감 등 역효과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섬멸을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당국은 지난 한 달 동안 1천300명 이상의 대원을 동부 낭가르하르주에 증파했다.
낭가르하르주는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격인 IS-K의 핵심 근거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탈레반은 낭가르하르주의 주도인 잘랄라바드 등 이 지역에서 최근 연일 IS-K 은신처에 대한 야간 급습을 펼쳐 수백명을 체포하고 여러 명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정부 정보국 잘랄라바드주 지부 소속인 카리 누룰라 파테흐는 "잘랄라바드에서 매주 7∼10명의 IS-K 연관 용의자를 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테흐는 "싸움은 어렵고 때로는 잔인하지만 우리는 아프간인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를 섬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탈레반과 IS-K는 같은 이슬람 수니파지만 미국과 평화협상 추진, 시아파에 대한 대응 등을 놓고 심각하게 대립해왔다.
IS-K는 특히 지난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테러 활동을 크게 강화했다.
IS-K는 미국 등에 대한 탈레반의 태도가 온건하다고 비난하며 지난 8월 26일 카불 국제공항 자폭 테러로 약 180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후에도 카불, 잘랄라바드 등에서 테러를 이어왔다.
지난달 8일과 15일에는 쿤두즈와 칸다하르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잇따라 자폭 테러를 감행, 총 1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
이에 탈레반이 강력하게 대응하며 체제 유지에 나선 것이다. IS-K의 대원 수는 2천∼3천500명으로 추산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탈레반은 주민의 IS-K 가입이나 지원을 막기 위해 IS-K 대원이나 협력자의 시신을 시내 주요 교차로 등에 걸어 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처분을 받은 시신은 40여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탈레반의 이런 '공포 정치'가 현지 주민 사이에서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다.
탈레반의 조치에 반감이 커지면서 일부 젊은이들은 오히려 IS-K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파된 탈레반 대원이 현지 지형과 민심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탈레반은 낭가르하르주에 익숙하지 않다"며 "그래서 그들은 의심되는 이들은 누구에게나 쫓아가 죽인 후 그가 다에시 대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탈레반은 IS-K에 대한 공세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 내 극단주의 세력 근절을 통해 국제사회의 인정과 지원을 받으려는 탈레반으로서는 IS-K 퇴치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잘랄라바드에서 탈레반 대원을 이끌고 IS-K 대응 작전을 지휘하는 모하마드 타히르 무바리스는 광범위한 정보망 등을 활용해 아프간 내에서 IS 세력을 완전히 격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에시는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우리를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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