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커피가 인지기능 저하를 막아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에디스 코완(Edith Cowan) 대학 알츠하이머병 연구재단의 서맨사 가드너 박사 연구팀은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인지기능 저하가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 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미국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23일 보도했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또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 신경세포의 비정상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형성되는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영상·생물표지·생활습관을 통한 노화 연구'(Australian Imaging, Biomarkers and Lifestyle Study of Aging)의 일환으로 남녀 200여 명을 대상으로 126개월에 걸쳐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연구 시작 때 기억력이 정상이고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우선 인지기능이 저하되면서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 인지장애로 이행될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드너 박사는 밝혔다.
이들은 또 인지기능 중에서 기획, 자기통제(감정, 의지 조절), 주의력 등이 포함되는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 양호했다.
인지기능이란 뇌에 정보를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내 사용하는 모든 행위, 즉 기억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인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형성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신경세포의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안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plaque)하거나 엉키면서(tangle)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에서는 그러나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려면 하루 커피를 몇 잔 마셔야 하는지를 설정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양이 평균 240g이라면 하루 2잔씩 마셨을 때 18개월 후 인지기능 저하를 8%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가드너 박사는 밝혔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에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형성을 5% 줄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 결과는 커피가 치매 발생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가드너 박사는 말했다.
특히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 없이 진행되는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큰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연구에서는 카페인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 그리고 커피를 만드는 방법(brewing)과 설탕 또는 우유를 타서 먹느냐의 차이는 구분할 수 없었다고 가드너 박사는 밝혔다.
커피와 뇌 기능 사이의 관계는 추적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커피 속의 어떤 성분이 뇌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카페인이 연관이 있다고 하지만 카페인의 단독 효과는 아닐 수 있다.
커피의 디카페인 공정(de-caffeinating)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조'(粗: crude) 카페인은 기억력 손상을 막는 데 부분적인 효과가 있다는 생쥐 실험 결과가 있다.
그러나 카페스톨, 카훼올, 에이코사노일-5-하이드록시트립타미드 같은 커피의 다른 성분들도 인지장애(cognitive impairment)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물실험 결과들도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중추신경계 연구 전문지 '노화 신경과학 첨단연구'(Frontiers of Ageing Neuro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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