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안 수용 모양새 피하며 '자발적·주체적 대응' 천명
중국 관영매체 "중국이 도와주면 미국도 진정성 갖고 보답해야"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은 미국이 제안한 비축유 공동방출에 대해 "중국은 실제 상황과 수요에 따라 비축유 방출을 안배하겠다"고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그 외에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도 취할 것"이라면서도 방출 규모, 시기, 방식 등 관련 정보는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또 "중국은 석유 생산국과 소비국을 포함한 각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소통과 협력을 통해 석유 시장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흐름을 확보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피하면서 자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전세계 주요 석유 생산국이자 소비국 중 하나로 오랫동안 국제 석유시장의 안정을 중시했다"며 "각 측과 함께 시장의 균형과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하고 소통하며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낮추기 위해 비축유 5천만 배럴 방출을 지시했다고 밝히고 "외교적 노력으로 주요 석유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영국도 이번 조치에 동참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은 지난 9월 자국 산업상 필요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경매 방식을 통해 민간에 비축 원유를 매각했다. 규모는 738만 배럴이었다.
당시 중국 양식·물자비축국은 "(비축 원유를) 주로 정련 일체화 기업에 공급함으로써 생산 기업의 원재료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전략 비축유는 40~50일 원유 수입 규모에 맞먹는 2억 배럴 수준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국의 비축유 방출 요청에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데는 미국이 다음 달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정식 초청한데 대한 불만 표출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한 중국 관영 매체는 중국이 비축유 방출 문제에서 성의를 보일 경우 미국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논조를 보였다.
중국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인용 형식으로 쓴 기사에서 "중국은 호의로 비축유를 방출함으로써 미국이 치솟는 유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미국은 중·미 협력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부분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보답해야 한다"고 썼다.
신문은 "특히 미국은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영역에서 중국에 근거없는 압박과 탄압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치솟는 국제 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인도, 일본 등 주요 석유 소비국에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
미국의 요청에 일본은 국내 수요의 1∼2일분에 해당하는 420만 배럴 규모를, 인도는 500만 배럴을 방출키로 했다.
우리나라는 비축유 공동방출 제안에 동참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출 규모와 시기 등은 추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올해 1월 5일 기준 배럴당 50.5달러에서 이달 22일 기준 배럴당 78.42달러로 55% 이상 상승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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