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시대 16년 만에 끝…독일 숄츠 정부 내달 출범(종합2보)

입력 2021-11-25 10:32   수정 2021-11-25 14:26

메르켈 시대 16년 만에 끝…독일 숄츠 정부 내달 출범(종합2보)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 '신호등' 연정 구성 합의 발표
재무부는 친기업 성향 자민당, 환경·외무부는 녹색당이 담당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이 24일(현지시간) 새 연립 정부 구성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이날 이같이 밝히고, 3개 정당 구성원들이 향후 10일 이내에 해당 합의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숄츠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진보에 대한 믿음, 정치가 좋은 일을 한다는 믿음으로 뭉쳤다"면서 "이 나라를 더 좋게 만들고, 전진시키고, 함께 지키려는 의지로 뭉쳤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6일 실시된 독일 연방의원 총선거에서는 사민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중도 우파 연합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초박빙 접전 끝에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이에 따라 사민당은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자민당·FDP), 기후변화 대응을 기치로 내건 녹색당과 이른바 '신호등'(사민당-빨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이 3개 정당은 연정 협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초에는 의회가 숄츠를 새 총리로 선출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당들은 이날 공개된 연정 협약안에서 새 정부가 보건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 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8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을 중단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기존 계획을 2030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공개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허가받은 상점에서 통제된 범위로 대마초를 판매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제안도 협약안에 담겼다.
내각 구성과 관련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친기업 성향 FDP가 재무부를 맡게 되며, 이에 따라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대표가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의 재무를 책임지게 될 예정이다.
녹색당은 경제, 기후 보호, 에너지, 외무를 맡을 예정이다.
녹색당의 공동 대표인 로베르트 하벡과 안나레나 배어복이 각각 환경부처와 외무부를 이끌게 된다. 배어복 공동대표는 독일의 첫 여성 외무 장관이 될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의 공식 임기는 지난달 종료됐으나 그와 그의 내각은 새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대행 체제를 유지한다.
메르켈 총리가 이끈 16년 간 독일은 유럽과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국가로 입지를 굳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NYT는 "메르켈은 독일 총리이면서 유럽의 실질적 지도자였다"면서 "그는 연거푸 닥친 위기에서 유럽과 독일을 견인했으며,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독일이 유럽의 실권자가 되도록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메르켈이 떠난 자리를 채우게 된 숄츠 총리 후보는 여러 면에서 어깨가 무겁게 됐다.
특히 새 연정이 꾸려지기까지 정당 간 내홍이 깊었다는 점에서 숄츠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다만 숄츠는 메르켈이 총리로 있는 동안 재무 장관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연속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숄츠 시대를 맞은 독일은 유럽과 관계부터 무역·외교 정책까지 전반적으로 전임 메르켈 호의 궤적을 따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숄츠 호는 유럽 통합에 더 힘을 실으려 하고, 중국·러시아를 압박 중인 미국과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베렌베르크 은행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새 정부는 변화보다는 계승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전혀 다른 뭔가가 시작되길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럽겠다"고 말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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