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최소 6명에 발송"…스마트폰 해킹 '페가수스 논란' 태국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애플이 자사 휴대전화인 아이폰을 사용하는 태국의 일부 반정부 성향 인사들에게 해킹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인 논란이 된 스마트폰 해킹 스파이웨어 프로그램 '페가수스' 파문이 태국으로까지 번질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은 애플이 지난 24일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해 온 최소 6명의 태국 활동가 및 연구자들에게 이들의 아이폰이 국가가 지원하는 해커들의 목표물이 됐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탐마삿대 정치학자인 프라짝 콩키라띠는 통신에 자신의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 계정이 해킹 목표가 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는 내용의 경고 이메일을 애플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이메일에는 "당신의 기기가 국가가 지원하는 해커에 의해 손상된다면, 그들은 원격으로 당신의 민감한 정보와 통신 내용 또는 심지어 카메라와 마이크까지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연구자인 사리니 아차나눈타꾼과 사법감시 단체인 '아이로'의 활동가인 잉칩 앗차논도 유사한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고, 래퍼와 정치 활동가 그리고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인도 해당 이메일을 캡처해 자신들의 SNS에 올렸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들 모두는 태국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로 여겨진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애플은 페가수스를 개발한 이스라엘 IT 보안 업체 NSO 그룹을 상대로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냈다고 23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NSO 그룹의 소프트웨어가 자사 고객을 겨냥한 해킹 공격에 이용됐다"며 "미국 시민들은 모바일 기기에 대한 NSO 그룹의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으로 감시당해왔다"고 밝혔다.
AFP는 페가수스 운영자는 아이폰 사용자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읽거나 사진을 볼 수 있고 위치 추적 등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NSO 그룹이 개발한 페가수스는 일부 국가에서 야권 인사와 언론인, 외교관, 종교인 등의 뒤를 캐는 데 악의적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이 태국 내 반정부 성향 인사들에게 해킹 가능성을 경고했다면, 페가수스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수 있다.
다만 로이터는 애플의 경고가 태국인들도 페가수스 스파이웨어의 목표물이 됐다고 보는 것인지는 확실하지는 않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토론토 대학의 사이버보안 감시기구인 시티즌랩은 지난 2018년 페가수스 스파이웨어가 태국을 포함한 전 세계 45개국에서 운용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로이터는 '경고 메일' 발송에 대해 애플과 태국 디지털부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태국의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는 육군참모총장이던 지난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2019년 총선을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총선 승리가 군정 시절 제정된 군부에 유리한 헌법 때문이라며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에는 군주제 개혁과 함께 쁘라윳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했고,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까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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