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보건부 장관 "우리를 희생양 삼으려는 듯"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6일(현지시간) 새 코로나19 변이 출현과 관련, 유럽 등에서 남아프리카발 항공편 운항을 잠정적으로 금지한 데 대해 "성급하다"고 반발했다.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는 이날 성명에서 새 변이 'B.1.1.529'의 보고에 영국이 입국 금지로 대응한 것과 관련,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이전에 서둘러 조처를 했다고 비판했다.
날레디 판도르 국제관계협력 장관은 "우리의 즉각적인 우려는 이러한 결정이 양국의 관광산업과 비즈니스에 미칠 악영향"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남아공 관광산업의 주요 고객이고 다른 산업도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남아공은 영국 정부가 이번 결정을 재고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관여할 것이라고 성명은 덧붙였다.
조 파흘라 보건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체코,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주요 유럽국가들도 잇따라 남아프리카발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것과 관련, "가혹한 조치로서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러한 금지 조치는 현 단계에서 여행 규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도 역행하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유럽 국가는 하루 5만 명 이상의 신규 감염자가 나오면서 이날 기껏해야 3천 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온 남아공에 대해 이렇게 패닉(공포)을 보인 것은 세계적 문제를 대처하면서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처럼 느낀다고 덧붙였다.
니콜라스 크리스프 보건부 사무차관 대행도 이런 식의 과도한 반응이 나오면 남아공처럼 새 변이를 스스로 검출해낼 능력이 있는 나라도 앞으로 새 변이 발견 사실을 공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날 성명에서 지금까지 새 변이 출현에 따른 여행 금지의 실효성이 없었다면서 "그보다는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등 공중 보건과 사회적 조치를 실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남아공, 보츠와나 등에서 출현한 새 코로나19 변이는 돌연변이가 기존 델타 변이보다 훨씬 더 많아 전염성이 높고 기존 면역체계를 더 잘 뚫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 국가 가운데는 벨기에에서 26일 처음으로 새 변이 감염사례가 1건 확인됐다.
앞서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도 서둘러 남아공 등 주변 아프리카 7개국에 대해 입국 및 여행 금지조치를 잇달아 취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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