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격리 면제 무산돼 귀국 취소·일정 조정…항공사들 운항중단으로 하늘길도 차질
"남아공에서 살기 쉽지 않은 우리 교민들, 진짜 서럽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격리면제 받을 수 있다며 좋아했는데, 정말 자고 일어나니 날벼락처럼 또다시 새로운 남아공 변이바이러스 라니..."
남아프리카공화국 한인회 전소영 부회장이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단체방에 "우리 교민들 남아공 살기 참 쉽지 않다. 진짜 서럽다"라며 올린 글의 일부분이다.
이날 앞서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과 관련, 남아공과 인접국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우리 국민의 경우도 10일간 시설 격리를 다시 도입했다.
당초 12월부터 남아공 내 백신 접종자에 한해 격리면제를 시행하려고 했는데 정작 새 변이 '폭탄'에 해보지도 못하고 없던 일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남아공에 있는 교민 사회의 실망감이 크다.
남아공에서 수년간 생활한 A씨는 다음 달 6일 고국에 계신 89세 노모를 뵐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비행기표를 예약해놓은 카타르항공사로부터 항공편 취소 메일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남아공발 입국을 속속 제한하는 데 따른 것이다.
A씨는 "연로하신 어머님을 뵙기 위해 격리를 하더라도 한국에 들어가려고 했었다"면서 "연말은 귀국이 힘들 거 같고 내년 초에나 다시 한번 상황을 봐야겠다"고 말했다.
남아공에 체류 중인 B씨는 무엇보다 항공편이 아예 끊길까 봐 걱정이 많다.
내년 2월 귀국 비행기표를 예약해놨지만 하늘길이 거의 다 막혀가는 상황에서 자칫 그마저도 힘들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한국에서 남아공에 입국하려는 자녀도 올 수나 있을지 불투명해 "이런 상황을 맞게 되다니"라고 한숨을 쉬었다.
주남아공 대사관(대사 박철주)에 따르면 다음 달 초부터 한국에 격리면제를 받고 들어가려고 대사관 측에 신청을 한 사람이 100명 이상이다.
손춘권 남아공 한인회장은 이날 "남아공에서 코로나 변이 오미크론 발생으로 인해 12월 1일부터 한국 방문이 예정된 교민들의 문의가 오늘 새벽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착지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및 유럽의 항공사들이 남아공발 입국 거부로 인해 스케줄 취소 혹은 잠정 보류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인회 측에 따르면 대부분 교민은 한국 방문 이유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2년여 동안 보지 못한 가족들과 상봉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건강 검진과 사업 등의 순이다.
그러나 한국 내 격리 면제가 취소되고 도리어 자가 격리가 아닌 시설 격리 10일과 함께 격리 중 유전자증폭(PCR) 검사 횟수도 4회로 더 강화되면서 한국행 교민 모두가 스케줄 조정에 들어갔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격리 10일이면 출장 기간이 2주에서 최장 3주라서 일도 제대로 못 보기 때문에 '한국에 못 들어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손 회장은 "12월 한국에서 남아공으로 사업차 방문하려는 경우도 다들 취소돼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대사관은 이날 소셜미디어의 교민 단체방에서 27일 오후 기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남아공에서 출발해 한국에 가기 위해 경유할 수 있는 국가는 에티오피아 항공이 주 3회 운항 중이라고 공지했다.
카타르, 싱가포르, 두바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남아공 출발 승객에 대한 경유를 잠정 중단했다. 그나마 티케팅이 취소돼 에티오피아 항공편으로 재발권한 경우도 언제 막힐지 몰라 많이 불안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은 "이번 신규 변이가 특히 (교민들이 많이 사는) 하우텡주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만큼 동포분들께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 등 예방조치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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