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출신 카스트로, 개표 초반 과반 득표로 여당 후보 앞서
'중국과 수교 가능성' 카스트로 언급에 미·중도 결과 주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미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에서 영부인 출신의 좌파 야당 후보가 개표 초반 앞서가고 있다.
온두라스 선거당국은 29일(현지시간) 전체 투표수의 20%를 개표한 결과 야당 자유재건당의 시오마라 카스트로 후보(62)가 53%, 수도 테구시갈파 시장인 우파 여당 국민당의 나스리 아스푸라 후보(63)가 34%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스트로가 승리를 확정할 경우 온두라스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는 동시에 2009년 군부 쿠데타 이후 12년간 이어진 국민당 독주를 끝내고 정권교체를 이루게 된다. 쿠데타 당시 축출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2006∼2009년 집권)이 바로 카스트로 후보의 남편이다.
카스트로는 쿠데타 이후 저항 운동을 이끌며 야권 지도자로 부상했고, 2013년과 2017년 대선에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나서 2위로 낙선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 기간 카스트로는 지난 12년간 국민당 정권에서 부패와 마약 범죄, 빈곤이 계속됐다는 점을 들어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낙태와 동성결혼 등에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맞선 아스푸라는 2014년부터 수도 테구시갈파의 시장을 맡아오고 있다.
기업인 출신으로,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개발 등을 약속하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호소해왔다.
그러나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마약 범죄 연루 의혹 속에 여당 지지도가 떨어진 데다 아스푸라 역시 부패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카스트로와 아스푸라는 이날 투표가 끝나고 초반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앞다퉈 승리를 선언하며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온두라스에선 2017년 대선 직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석연찮은 재선에 반발한 시위가 이어져 3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바 있다.
이날 선거를 앞두고도 일부 상점이 유리 외벽에 금속이나 나무판을 덧대는 등 폭력 사태에 대비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카스트로가 당선될 경우 온두라스와 중국·대만과의 외교관계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온두라스는 15개밖에 남지 않은 대만 수교국 중 하나인데 대선 전 카스트로는 당선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대만과 중국은 물론 중국의 중남미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미국도 이번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선 전 미국 정부 관계자가 온두라스를 찾아 두 선두 후보들에게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전달했고, 이후 카스트로 측도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수위를 조절한 바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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