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중남미 식량 안보, 심각한 상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남미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최근 20년 사이 최다 수준으로 증가했다.
유엔이 30일(현지시간) 펴낸 '중남미 식량 안보 및 영양'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남미 기아 인구는 5천970만 명에 달한다고 미 CNN과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로,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1년 사이에 30%가량인 1천380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전체 인구에서 기아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코로나19 이전 7%에서 이후 9.1%로 증가했다.
중간 이상의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는 인구의 비율은 40%가 넘는데, 그중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지역별로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북부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중미 북부 3국의 상황이 특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국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허리케인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에도 직격탄을 맞은 나라들로, 미국으로 가려는 캐러밴 이민자들의 주요 출신국이기도 하다.
남미 국가 중엔 오랜 경제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최근 몇 년 새 식량 불안정 인구가 크게 늘었다.
굶주리는 인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아동 비만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할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이 늘어나면서 기아와 비만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0)의 중남미 담당 훌리오 베르데게는 "중남미·카리브해 지역은 식량 안보에 있어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2014∼2020년 사이 기아 인구가 70%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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