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이 유일한 동맹으로 부르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장관)은 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주일미군이 연료 탱크 투하로 문제가 된 기종인 F16 전투기의 비행을 재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사고 원인 규명 및 안전 확보에 관한 설명을 미군 측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훈련 비행 중 기체 이상을 일으킨 주일미군 미사와(三澤)기지 소속 F16 전투기가 연료탱크 2개를 분리해 지상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밝혀진 뒤 안전을 확인할 때까지 같은 기종의 비행을 중단해 달라고 미군 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시(市) 당국이 미사와기지에 배치된 주일미군의 다른 F16 전투기가 2일 비행에 나선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무라 신고(三村申吾) 아오모리현 지사는 3일 오후 기시 방위상을 예방해 비행 중단 요청을 묵살한 주일미군의 자세를 문제 삼았다.
그는 주일미군의 사고 기종 비행 재개에 대해 "지역주민 감정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미군 측에 강하게 대응하라고 기시 방위상에 요구했다.
앞서 주일미군 F16 전투기 1대가 지난달 30일 오후 6시께 훈련 비행 중 연료탱크 2개를 분리해 지상으로 떨어뜨린 뒤 민항기가 이용하는 아오모리공항에 긴급 착륙했다.
전투기는 연료가 남은 상태에서 기체 이상 등으로 비상 착륙할 때 기체 중량을 줄이고 사고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료탱크를 분리한다.
미군 측은 애초 비거주 산악지역에 연료탱크를 투하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1개를 주택지 부근에 떨어뜨린 것으로 드러나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일이 여론을 악화시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역점을 두는 미일 동맹 강화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시 방위상이 기자회견 자리를 빌려 미군 측에 이례적으로 유감 입장을 전한 것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조하는 반미 여론을 누그러뜨리면서 주일미군이 일본 정부의 처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행동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도 지난 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지 주민에게 큰 불안감을 줬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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