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탈(脫)세계화 움직임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저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공급망 혼란과 노동력 부족, 경기부양책 등이 맞물리면서 단기적인 물가상승을 가져왔지만, 세계화 후퇴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저널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강화된 탈세계화 움직임이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온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전 세계 제품 생산에서 외국산 물품 사용 비중은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1995년 17.3%에서 2011년 26.5%로 상승했으나, 2020년에는 25.5%로 하락했다.
2015년 2조 달러(약 2천366조원)에 달했던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도 2019년에는 1조5천억 달러(약 1천774조원)로 줄어들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고율 관세와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의 연간 비용부담이 510억 달러(약 60조3천억원)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저널은 공급망 혼란의 영향으로 전략적 자산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등 코로나19 이후 미국 내 탈세계화가 더욱 힘을 받고 있어 장기적인 인플레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일부 관세를 철회했지만, 아직도 많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 신장(新疆) 지역에서 나오는 태양광 패널 원자재 수입을 금지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의 급등을 불러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반도체 등을 전략물자로 규정해 자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미국산 물품을 우선 구매토록 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저널은 공급망 혼란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완화되겠지만, 탈세계화 움직임은 인플레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탈세계화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터슨 국제연구소(PIIE)의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워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행정부는 단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조치들이 0.5%포인트의 인플레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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