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 후 12일만…이달 말에도 출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영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6일 밤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지난달 24일 열흘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 12일 만이다.
여독이 완전히 풀리기도 전에 다시 해외 출장을 떠나는 것은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한 이 부회장의 엄중한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 부정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난 뒤 곧바로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매주 목요일에 열리는데 이번 주는 재판부 사정으로 월요일로 앞당겨짐에 따라 다음 공판 기일(16일)까지 9일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해외 입국자는 10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이 부회장은 '임원급 등 기업의 필수 인력'에 해당해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도 '기업인 패스트트랙'을 정부 기관에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출장길에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찾아 그동안 단절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확인하는 한편 신사업 기회 등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중동 출장을 통해 석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기에 새로운 도약을 추진 중인 중동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며 신시장 개척에 직접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9년 2월 UAE 두바이를 방문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안 아부다비 왕세제와 회동하며 정보통신(IT), 5G 등 분야 협력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곧이어 한국을 찾은 빈 자예드 왕세제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으로 초청해 5G 통신을 시연하고, 첨단기술이 접목된 스마트공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그해 6월에는 한국을 방문한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를 승지원에서 만나 미래 성장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승지원은 고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이병철 선대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한 곳으로, 삼성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진 곳이다.
당시 사우디 측은 이 부회장이 제시해 온 인공지능(AI), 5G,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비전에 큰 관심을 두고 있어 승지원까지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201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에도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두 사람의 잇따른 만남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이 부회장과 사우디 국가 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이끄는 빈 살만 왕세자 사이에 상호 협력 시너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사우디 방문 당시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현장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도 중동의 정상급 리더들과 만나 교류하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을 방문한 뒤에는 유럽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는 지난해 10월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장비회사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 기술 책임자(CT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뉴삼성'을 강조한 이 부회장이 기회가 될 때마다 시간을 쪼개 해외를 찾아 최신 흐름을 읽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이달 말부터 내년 초까지 2주간 겨울철 휴정기를 갖는 데 이 기간을 이용해 이 부회장이 또다시 해외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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