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해외서 겪는 격리에 스트레스…"올해 자가격리만 150일"
항공사 "고객·지역사회 안전 중요" 고수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홍콩에서도 엄격한 방역 지침이 내려지면서 항공 업계에서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BBC방송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홍콩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감염이 거의 없었지만 대대적인 코로나19 검사와 격리가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조치는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홍콩에 들어오는 모든 국제선 입국자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며, 입국 수속을 밟기 전 당일 통보될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승객들을 태우고 장시간 항공기를 몬 조종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홍콩 캐세이퍼시픽 항공의 한 조종사는 "승무원들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잠도 자지 못한 채 결과를 기다린다"며 "이 모든 과정은 공항에 착륙한 후 집에 도착할 때까지 4시간가량이 걸린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은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완전한 자유를 얻지 못한다.
우선 이들은 집에 도착한 후 3일 동안 집에만 머물러야 한다.
이 기간 코로나19 검사나 필수 활동을 위해 하루에 최대 2시간만 외출이 허용된다.
3일간의 자가격리가 끝나도 승무원들은 이후 18일 동안 불필요한 사회적 접촉을 피해야 하며 매일 코로나19 검사도 받아야 한다.
만약 승무원 중에 양성판정을 받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이들은 가족과 함께 병원이나 환경이 열악한 격리시설로 보내진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의 승무원들은 다른 나라를 경유하는 동안에도 회사의 엄격한 격리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조종사는 "승무원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곧바로 호텔 방으로 가 다음 비행이 있을 때까지 격리된다"며 "음식이 배달되면 혼자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앞에는 보안요원이 있어 나갈 수 없다"며 "우리는 일을 하러 나와 홍콩으로 돌아갈 때까지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홍콩과 외국을 오갈 때 마다 겪어야 하는 강력한 방역 지침에 스트레스를 받은 다수 승무원은 휴가를 내거나 이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종사는 "올해 들어 거의 150일을 격리된 채 생활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조종사도 "아무런 대책이 없지만, 내년 봄에 사직서를 낼 것"이라며 "함께 비행하는 동료 80%가 적극적으로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측도 승무원들에게 가해지는 이러한 부담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과 직원, 지역 사회의 안전을 위해 홍콩 정부의 방역 지침을 지지한다고 했다.
캐세이퍼시픽 항공 관계자는 "홍콩과 해외에서 방역 조치를 따르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알리고 있다"며 "격리 시설에 있는 직원 등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음식과 전기기구 등에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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