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적대 관계' 바이든·푸틴, 20년전 첫 만남부터 불편

입력 2021-12-08 03:18   수정 2021-12-08 10:35

'지속적인 적대 관계' 바이든·푸틴, 20년전 첫 만남부터 불편
험한 말 오가며 내내 긴장…바이든 '살인자' 발언에 대사 소환한 일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적대감".
AFP통신은 7일(현지시간) 화상 회담을 위해 영상으로 마주 앉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이날 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을 타개하려 열렸지만, 두 사람은 그간 '케미스트리'(궁합)가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두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2001년 워싱턴DC에서 첫 대면했을 때부터 불편한 장면을 연출했다.
러시아가 동유럽에 세력을 확장하는 문제가 거론되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이 불쾌해하며 좋았던 분위기가 급속히 나빠졌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이던 2011년 러시아를 방문해 총리였던 푸틴 대통령을 만나 직접 "당신 눈을 보는데 영혼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한 이래 푸틴 대통령에게 줄곧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6년 대선 때 러시아 측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저자세를 취했다는 미국 내 비판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일례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러시아의 적대적 행동에 나가떨어지고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하고 사이버 공격을 하던 시절은 끝났음을 푸틴 대통령에게 분명히 했다"고 날을 세웠다.
러시아는 "매우 공격적이고 비건설적인 수사"라고 맹비난했다.
말을 둘러싼 갈등이 커진 것은 지난 3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푸틴이 살인자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다"라고 답한 일이었다.
이에 러시아는 주미 대사를 소환하고 양국 관계가 붕괴 직전에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6월 한 미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런 비난을 수십 번 들었다. 난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엔 러시아의 대선 개입 및 미 연방기관 해킹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하고 수십 개 개관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제재를 하면서도 "이제는 긴장을 낮출 때"라고 말했지만, 러시아는 미국 외교관 10명을 추방하고 8명의 전·현직 관리를 제재 대상에 올리는 방식으로 응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마침내 지난 6월 16일 제3국인 스위스에서 첫 대면 회담을 했다. 하지만 핵 군축 문제를 논의키로 합의한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이 아니라 각자 회견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 말 이탈리아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뒤이은 영국의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불참해 바이든 대통령과 후속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두 차례 통화를 했다. 이번 화상 회담까지 포함하면 바이든 취임 후 모두 4번의 대화를 나눈 것이 된다.
AFP는 이번 회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병력 증강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 열린 것이라면서 그동안 두 정상의 관계에 대해 얼음같이 차가웠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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