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개혁법 폐지 이어 최저 가격 보장 등 농민 요구 수용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농민들이 수도 뉴델리 인근에서 1년 넘게 이어오던 대규모 장기 시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농업개혁법' 폐지, 농산물 최저 가격 보장 검토 등 농민들의 요구 조건이 대부분 수용되는 등 정부가 농민과 힘겨루기에서 사실상 '패배'를 시인하면서다.
9일 NDTV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농민 대표단은 오는 11일 승리 행진을 끝으로 시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텐트 등 시위 현장 시설물 철거를 시작했다.
이번 농민 결정은 정부 측이 농산물 최저 가격 보장 관련 위원회 구성과 농민들에 대한 각종 고발 철회 등을 문서로 약속하면서 나왔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달 19일 이번 농민 시위를 촉발한 농업개혁법에 대한 폐기도 선언했다.
인도 정부로서는 대규모 농민 시위와 함께 반정부 기류가 고조되는 가운데 우타르프라데시주, 펀자브주 등 주요 지방선거마저 다가오자 농민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면서 잇따라 '백기'를 든 셈이다.
지난해 9월 의회를 통과한 농업개혁법은 농산물 거래, 가격 보장·농업 서비스, 필수식품 관리 등으로 구성됐다. 국가가 관리하던 농산물 유통과 가격 책정을 시장에 대부분 개방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유통시장이 현대화되고 농업 생산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농민들은 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어 농민 수만 명은 지난해 11월부터 뉴델리 인근에서 숙식하며 시위도 이어갔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수천 명의 농민이 트랙터를 앞세워 뉴델리 시내에 진입,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숨지고 경찰 수백 명이 다치기도 했다.
농민의 반발에 정부는 올 초 18개월간 법 시행을 미루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농민 측은 완전 폐기를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9월 초에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와중에 지난 10월 초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는 정부 차량이 시위대에 달려들면서 4명 이상이 숨져 농민들이 더욱 격앙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전체 노동 인구의 42%가량이 농업에 종사하며,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15%가량이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