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5일 'SK실트론 사건' 전원회의, 최태원 직접 출석…쟁점은(종합)

입력 2021-12-12 17:40  

공정위 15일 'SK실트론 사건' 전원회의, 최태원 직접 출석…쟁점은(종합)
총수 출석은 처음…'상당한 이익될 사업기회' 제공 여부가 최대 쟁점
'위법성 잠정결론' 공정위 vs '위법성 없다' SK…치열한 공방 예상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차지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15일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연다.
12일 공정위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전원회의에는 사건의 당사자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출석한다.
대기업 총수가 직접 전원회의에 출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공정위 심판은 민사재판처럼 당사자가 반드시 나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애초 지난 8일로 예정됐던 전원회의는 최 회장이 직접 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일정이 미뤄졌다. 최 회장은 국제포럼 '트랜스 퍼시픽 다이알로그(TPD) 참석차 5∼9일 미국 출장을 다녀왔고, 10일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보고회'에 참석했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최근 기업 비밀과 관련한 부분은 전원회의에서 비공개를 요청함에 따라 일부만 공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 공정위, 시민단체 요청에 조사 착수…일단 '위법성 있다' 잠정 결론
이 사건은 SK㈜가 2017년 반도체 웨이퍼 생산 회사인 LG실트론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SK㈜는 그해 1월 6천200억원을 투입해 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천138원에 사들였다. 같은 해 4월 잔여 지분 49% 가운데 19.6%를 주당 1만2천871원에 추가로 매입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소유한 나머지 29.4%는 최 회장이 주당 1만2천871원에 사들여 실트론은 SK와 최 회장이 지분 전체를 보유한 회사가 됐다.
하지만 SK㈜가 지분 51%를 취득한 뒤 경영권 프리미엄이 빠져 잔여 지분을 30%가량 싸게 살 수 있었음에도 모두 사들이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1월 이 사안이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해당하는지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SK㈜가 싼값에 지분 100%를 보유할 수 있었지만, 최 회장이 30% 가까이 보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보게 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이듬해부터 조사에 착수해 올해 8월 마무리하고서 SK 측에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SK㈜와 최 회장의 행위에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징금·시정명령뿐 아니라 검찰 고발 조치까지 하는 방안을 심사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 '혐의 입증' 벼르는 공정위…'위법성 전혀 없었다'는 SK
핵심 쟁점은 최 회장이 29.4%의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확보했는지 여부다.
회사가 이를 알고도 총수에게 지분 취득 기회를 넘긴 것이 입증되면 공정거래법의 총수 사익편취 조항 가운데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그간 이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공정위는 전원회의 심판정에서 각종 논문과 기존 판례, 조사 자료 등을 총동원해 혐의 입증을 벼르고 있다.
최 회장이 확보한 지분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어 '상당한 이익'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더구나 지분 가치가 올라갈 것도 회사와 최 회장이 미리 파악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SK실트론은 2018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6천223억원, 영업이익 1천779억원, 순이익 1천3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각각 41.3%, 317.2%, 397.0% 증가하는 등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가 최 회장의 지분 인수와 관련해 이사회를 여는 등 공식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도 공정위의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에 SK 측은 당시 최 회장의 지분 인수가 '상당한 이익'인지 불투명했고, 또 공정위의 조사 결과는 시장 상황이나 업계 사정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른 결과론적 주장이라는 반론을 펼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 전망이 장밋빛이었다면 LG와 채권단이 왜 실트론을 매각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SK의 입장이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웨이퍼 산업 전망을 부정 평가한 2017년 무렵의 국제협회 보고서, 글로벌 웨이퍼 업체의 주가 폭락 사례 등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또 경영권 확보 후 19.6%만 추가로 인수하며 주총 특별결의요건을 갖춘 70.6%를 확보한 만큼 남은 지분을 확보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불필요한 추가 투자를 아껴 2017년 7월 글로벌 물류회사 ERS 지분 인수와 이듬해 SK바이오팜[326030] 유상증자 투자 등으로 상당한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SK 측은 최 회장의 지분 인수 과정도 채권단이 주관한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외국 업체와의 경쟁 끝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투자할 의도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하지 말자'고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경우가 없으며, 그런데도 최 회장은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지를 사내외에 다각도로 확인한 끝에 이사회 상정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는 게 SK 측의 입장이다.



◇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전원회의 이후 절차는
위법성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전원회의 심판정에서는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그간 확보한 구체적 증거를 내놓으며 혐의가 있음을 주장하면 최 회장과 SK 측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전원회의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 결정은 1심 재판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SK가 제재에 불복하면 고등법원에 과징금·시정명령 취소 처분 소송을 제기한 뒤 법정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전원회의가 검찰 고발 조치를 제재에 포함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럴 경우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 결정서를 보내고, 검찰은 공정위의 조사 자료 등을 바탕으로 SK㈜와 최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경제적·행정적 제재에 추가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생기는 만큼 SK로서는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전원회의에 출석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과 함께 SK㈜ 대표이사인 장동현 부회장도 전원회의에 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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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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