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위 권고안 그대로 담겨…주민 수용성 확보 절차 강화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관한 방향성을 담은 두 번째 정부 기본계획의 초안이 나왔다.
지난 4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한 대로 특별법 제정 및 전담 조직 신설을 추진하고, 부지 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이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 예고했다.
산업부는 행정예고를 시작으로 이해관계자·전문가·국민 등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원자력진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연내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차 계획에서 부지 선정 절차에 착수하고 37년 이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37년 가운데 초반 13년은 조사 계획 수립과 부지 확정에 필요한 시간이다. 구체적으로 계획 수립 및 부적합 지역 우선 배제(1년) → 부지 공모 및 주민 의견 확인(2년) → 부지 적합성 기본조사(5년) → 부지 적합성 심층조사(4년) → 주민 의사 확인과 부지 확정(1년) 등으로 구성된다.
부지 확보 시점을 기준으로 약 7년 이내에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며, 약 14년 이내에 지하연구시설 건설 및 실증연구를 진행한다. 지하연구시설 실증연구가 종료된 후 약 10년 이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2차 기본계획은 5년 전 나온 1차 계획안과 비교해 부지 선정 기간이 12년에서 13년으로, 영구처분시설을 세우는 시한이 36년 이내에서 37년 이내로 1년씩 늘어났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절차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1차 계획에서는 부지 선정 때 기본조사를 하고 난 뒤 주민 의사를 확인했으나 2차 계획에서는 기본조사 전 의견수렴을 1차로 하고, 부지 확정 직전에 주민투표를 거쳐 의견수렴을 한 번 더 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을 설치할 때 원전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새로 넣었으며, 총리 주재의 '유치지역 지원위원회'를 신설해 범정부 차원에서 패키지 형태의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아울러 기본계획에는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독립적인 전담 조직인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전담 조직'을 정부 내에 신설하고 별도의 특별법 제정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가 지난 4월 정부에 제출한 권고안의 핵심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총리실 산하에 고준위 관리 특별위원회(가칭)를 신설해 기본계획 등 고준위 관련 내용을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 의견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본계획에는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토대로 전망한 사용후핵연료 발생 규모 및 임시 저장시설 포화 시점도 포함됐다.
학회 분석에 따르면 가동 원전 30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될 때까지 총 63만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차 기본계획 때 가동 원전 36기를 가정해 계산한 사용후핵연료 발생 규모 75만다발보다 줄어든 규모다.
국내 원전 내에 마련된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은 2031년 영광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포화상태가 될 전망이다. 본부별 예상 포화 시점은 한빛 2031년, 고리 2031년, 한울 2032년, 신월성 2044년, 새울 206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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