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등 미국 무기 사용한 이들 패배…미국에 감사" 반감 표시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친중국' 성향으로 평가되는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가 미국의 무기 금수 조치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12일 현지 영문 일간지 크메르 타임스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에 "1994년 미국제 무기를 사려고 기존의 캄보디아 무기 체계를 바꾸지는 않겠다는 나의 결정이 타당했다고 생각하면서, (무기 금수 조치를) 미국에 감사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훈센 총리는 지난 1985년 현재 자리에 오른 뒤 36년간 캄보디아를 철권통치하고 있다.
그는 "나는 모든 군이 캄보디아가 보유한 무기 및 군사 장비를 즉시 재검토해보고, 만약 있다면 모든 미국제 군사 무기 및 장비를 창고에 넣어두거나 또는 가져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또 "미국 무기 시스템을 사용했던 이들은 전쟁에서 졌다"면서 1970년대 캄보디아의 친미 성향 론놀 정권이 미국제 무기를 사용하고 많은 무기를 미국에서 수입하면서 미국에 빚을 졌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무기를 사용하던 이들이 전쟁에서 졌다"고도 했다.
아프간 정권이 탈레반에게 함락된 것을 언급한 것이다.
훈센 총리는 이어 "캄보디아 국방 정책을 위해 미국 무기를 사지 않겠다고 한 내 결정이 옳았음을 확인시켜준 데 대해, 그리고 다음 정부를 운영할 이들에게 가는 경고 메시지였다는 점에서 미국에 다시 한번 감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달 초 자신의 후임으로 장남인 훈 마넷(44)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사실상의 권력세습 선언을 했다.
훈센 총리는 "국방 분야에서 자주적이길 원한다면 미국 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캄보디아의 인권 및 부패 문제에 대응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무기 금수 및 수출 조처를 내렸다.
캄보디아를 방문한 데릭 촐릿 미 국무부 선임 고문도 11일 현지에서 쁘락 쏘콘 외교장관과 만나 캄보디아 정부의 친중국 행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특히 타이만에 접해있는 캄보디아의 레암(Ream) 해군기지 주변에서 중국 군용 시설이 지어지고 있는 것을 미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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