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전직 고위 경제관료가 자국 경제지표에 장밋빛 전망만이 아니라 주요 문제점이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중국 재정부장은 전날 중국 정부 경제자문기구인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가 베이징에서 주최한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중국 정책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주임인 그는 평소 중국 경제정책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 주임은 중국의 주요 지표들이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제기한 도전과 위험을 포함해 당면한 경제 문제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긍정적인 데이터와 부정적인 데이터를 모두 가진 미국과 비교해 (중국은) 부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 8∼10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이 '3중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나왔다.
그는 중앙경제공작회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 수요 축소, 공급 충격, 기대치 약세 전환의 3중 압력에 직면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강력한 경고는 이례적이며, 지난 10∼11월 중국의 공업활동과 무역 지표들이 강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고 SCMP는 설명했다.
러 주임은 "왜 우리는 3중 압력이 있다고 판단하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는 어디에 있나? 지표들은 모두 상당히 좋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례로 중국에서는 신규 기업 등록 자료만 발표될 뿐 폐업한 기업의 숫자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1일 현재 중국에는 1억5천만개 기업이 있고, 이는 10년 전에 비해 약 1억여개가 늘어난 것이다.
러 주임은 그러나 "1억5천만개 기업 중 최소 4천만개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일부 회사들은 등록한 이래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고 일부는 간신히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기업을 등록하는 것보다 등록을 취소하는 게 어려워 전체 기업 수가 부풀려진다고 말했다.
러 주임은 중국의 지니계수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척도다. 0부터 1까지의 수치로 표시되는데, 값이 '0'(완전평등)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완전불평등)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니계수가 0.4가 넘으면 그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1995년 0.389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0년 전후로 급등해 2008년 0.491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0년 0.468로 떨어졌다고 국가통계국이 밝힌 바 있다.
러 주임은 지니계수에 일부 기업가들의 사내 소비를 포함하지 않아 계수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중국과 미국 간 통계 정확성의 차이가 양국의 재정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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