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인권단체 "사우디 인권 문제 여전…이용당하지 말아야"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의 인권 문제를 감추기 위한 '이미지 세탁'을 목적으로 국제 행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사우디 홍해 연안 도시 제다에서는 포뮬러원(F1) 대회와 국제 영화제가 잇따라 열렸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에서는 2018년 4월 35년 만에 영화관 영업이 재개됐다. 여기에 올해 첫 국제영화제까지 열면서 사우디의 변화는 국제적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인권단체와 비평가들은 사우디 내 인권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제 사회가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한다.
가디언은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예멘 내전에 사우디가 개입하게 된 것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에서 살해될 때 암살을 지시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마다위 알라쉬드 런던 정치경제대학(LSE) 교수는 이 신문에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는 프로파간다(정치적 선전)에 불과하다"며 "스포츠·예술 행사는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개혁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제는 구금, 살해, 범죄를 가리기 위한 잔혹한 시나리오로 이용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국제적인 고립을 깨기 위한 정권(사우디)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우디의 F1 대회 개최에는 세계 유명인들이 사우디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표면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며 "사우디는 인권 문제를 감추기 위해 유명인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슈끄지의 약혼자 하티제 젠기즈는 F1 폐막식에서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공연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젠기즈는 "사우디에는 연령, 배경, 종교적 신념을 막론하고 수백 명이 단순히 무함마드 왕세자의 무자비한 독재에 반대하는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아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캐나다 출신 영화감독 새미 칸은 "이것들(사우디에서 열린 국제 행사)은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폭압적인 정권이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영화 산업을 이용하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