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약 한 달 전 별세한 프레데리그 데 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 대한 국가 추도식이 12일(현지시간) 열렸다.
시릴 라마포사 현 대통령은 이날 케이프타운 흐루어테 교회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마지막 백인 소수 정권 대통령(1989∼1994)인 데 클레르크에 대해 '용감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데 클레르크 당시 대통령이 1990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대한 정당 활동 금지령을 해제하고 반(反)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투사로 장기간 수감 중이던 넬슨 만델라를 석방한 데 대해 '담대한 걸음'이라고 언급했다.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1993년 만델라와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고 만델라는 1994년 첫 민주선거에서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이 소수 백인 정권 내 완고한 호전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타협을 통한 해결이냐 장기 내전이냐의 갈림길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고인과 관련, 반세기 가까운 인종차별에 기반한 독재 체제라는 기성 위계질서 안에서 억압적 정권을 대표한 인물로서 나름의 과오와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시인했다.
다만 25년 전 샤프빌에서 남아공 첫 민주헌법을 통과시킨 자리에 고인도 함께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샤프빌은 백인 정권의 흑인 학살 현장이다.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2020년 아파르트헤이트가 반인도범죄가 아니라고 발언했다가 철회했으며, 사후 공개한 최후 영상 메시지에서 "아파르트헤이트로 흑인, 혼혈, 인도계 등에 고통을 끼친 데 대해 무조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날 추도식에는 유가족 등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엘리타는 고인이 "지나친 정확함으로 오해를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85세를 일기로 사망했으며 당초 정부는 국가장을 선포했으나 국내적 논란으로 지난달 21일 가족장으로 먼저 장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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