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수장·러 안보수장, 인니 동시 방문 '존재감 경쟁'

입력 2021-12-14 11:52  

미 외교수장·러 안보수장, 인니 동시 방문 '존재감 경쟁'
미·러, 우크라이나 관련 날 선 상태…아세안에 서로 손짓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미국 외교수장과 러시아 안보수장이 같은 날 인도네시아를 방문,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예방하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존재감 경쟁'을 벌였다.



14일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전날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잇달아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부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세안 3개국 순방에 나섰다.
당초 블링컨 장관의 아세안 순방은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관측됐으나, 같은 시기에 러시아 안보수장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면서 미·러 경쟁 구도에 관심이 이동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자카르타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에 관해, 다음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이 지역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상태로 남아야 하는 필요성에 관해 각각 연설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아세안 순방 직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 회의에서 G7과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강력 경고를 보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7만5천 명의 병력을 배치했으며,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블링컨 장관과 파트루셰프 서기가 자카르타에서 만날 것이란 징조는 없지만, 같은 시기에 자카르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러 양국 간 견제와 경쟁의 의미가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모두 아세안 국가와 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은 "미국과 러시아 모두 인도네시아의 좋은 파트너"라며 "인도네시아는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크다"고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을 맡은 만큼 블링컨 장관과 파트루셰프 서기에게 각각 G20 의장국으로서 협력을 요청했다. 또, 경제, 투자, 보건 분야에 초점을 맞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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