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정치 개혁과 부패 척결의 기치를 내건 채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기능까지 정지시킨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대통령이 내년 7월 헌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내년 국정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내년 7월 25일에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내년 연말에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국정 정상화 방안의 골자다.
그는 개헌의 방향을 언급하지 않은 채 다음 달부터 온라인으로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계획만 덧붙였다.
헌법개정 국민투표 예정일인 내년 7월 25일은 사이에드 대통령이 비정상적으로 국정을 장악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튀니지는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휩쓴 '아랍의 봄' 민중 봉기의 발원지로 중동에서 드물게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았다.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2018년 5월 지방선거가 실시됐고, 2019년 10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사이에드 대통령이 당선됐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을 비롯한 경제난, 정치적 갈등, 부패에 대한 국민 불만이 쌓여왔고, 코로나19 대유행까지 닥치면서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헌법학자 출신인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 7월 히셈 메시시 전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켰다.
주요 정당들은 대통령의 돌발행동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반발했지만, 정치권에 불만을 품은 일부 국민은 그의 이런 조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정치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한 무기한 '칙령 통치'(rule by decree)를 선언하면서 국내외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데도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 9월 정치 경험이 없는 학자 출신의 첫 여성 총리를 임명하고 10월에는 새 내각을 출범시켰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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