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한 초등학교에서 잔혹한 장면이 담긴 난징대학살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가 어린 학생들이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홍콩 교육부가 배포한 교재였으나,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당국은 해당 다큐 상영은 의무가 아니었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이다.
14일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홍콩 교육부는 지난달 관할 초등학교에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모 활동을 진행하라는 통지와 함께 교재와 영상물을 배포했다.
이에 위안쉬안(圓玄) 초등학교는 지난 9일 교육부에서 제공한 영상을 단체로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상은 TV 다큐멘터리 '국난으로 향하다. 난징 대학살'을 편집한 5분 분량으로, 일본군이 중국인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생매장하는 장면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시청한 일부 학생이 울음을 터뜨리거나 충격을 받은 사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되고 학부모들이 학교에 항의하면서 논란이 됐다.
홍콩 명보는 "'일부 장면이 충격적일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는 영상을 6세 어린 학생까지 시청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논란이 커지자 해당 영상 상영이 역사를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로 마련된 행동이었다면서도 향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교육을 하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충격을 받은 학생들을 위한 상담 시간을 진행했다.
그러나 홍콩 교육부는 논란에 대해 배포한 교재를 모든 학년에 상영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해당 다큐가 TV에서 상영됐고 인터넷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면서 시청 주의 안내까지 붙어 있는 만큼 교사들이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담론에 오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날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주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역사를 배우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어떻게 배우느냐는 교육분야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중국 역사 과목과 관련해 어떤 교재들이 공공에서 활용가능한지 일선 학교에 알려줄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교육부는 문제가 된 영상을 의무적으로 상영해야한다고 하지 않았으며 해당 사안은 교사들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AP 통신은 "홍콩 관리들이 난징대학살 영상 상영 논란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난징대학살은 중일전쟁 당시 1937년 12월13일부터 6주간 일본군이 난징에서 주민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중국에서는 전날 난징대학살 84주년 국가 추도식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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