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트럭서 흘러나온 연료 가지러 사람들 몰려든 상황서 폭발
인근 주택 수십 채도 불타…사상자 더 늘어날 듯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박의래 기자 = 아이티 북부에서 연료를 실은 트럭이 사고로 전복된 후 폭발하면서 최소 60여 명이 사망했다.
아이티의 극심한 연료난 속에 사고 트럭에서 흘러나온 휘발유를 챙기려고 행인들이 몰려든 상황에서 폭발이 발생해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자정 무렵 아이티 제2 도시인 북부 카프아이시앵이다.
휘발유를 운반하던 트럭이 오토바이 택시를 피하려고 방향을 틀다 균형을 잃고 전복됐다고 목격자들과 시 당국은 전했다.
넘어진 트럭이 곧이어 연료와 함께 폭발하면서 인근 주택 수십 채와 차량들도 함께 불에 탔다.
소셜미디어에는 시뻘건 불길이 트럭과 인근 건물을 집어삼키는 사진 등이 올라왔다.
정확한 사상자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파트리크 알모노르 카프아이시앵 부시장은 "현재까지 사망자는 62명"이라며 불에 탄 인근 건물 내에서도 피해자를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들은 근처 병원들로 이송됐는데, 병원들은 중증 화상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인력과 의료용품 등이 크게 부족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트럭이 전복된 뒤 행인들이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휘발유를 가져가려고 모여든 탓에 인명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이티 당국은 "사고 후 시민들이 용기를 가지고 가서 휘발유를 채우려고 했다"며 "끔찍한 폭발이 발생해 많은 희생자와 큰 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EFE통신도 100명가량이 흘러나온 연료를 가져가려고 몰려든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아이티에선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중심으로 갱단이 한동안 연료 수송을 차단하면서 최근 극심한 연료난이 이어져왔다.
갱단이 봉쇄를 풀어 지난달 연료 수송이 재개됐으나 언제 또 공급난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 상태인 데다 최근 휘발유 가격도 대폭 인상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사고 후에도 주민들이 불에 탄 트럭 잔해 사이에서 고철 등을 주워갔다.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에서는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과 8월 규모 7.2 강진, 치안 악화와 연료난 등 대형 비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이날 부상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을 방문한 뒤 정부가 피해자들을 위해 긴급자금을 내놓고 장례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총리는 3일간의 애도기간도 선포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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