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미크론 해일' 영국, 백신 맞으려 4시간 대기

입력 2021-12-16 07:40   수정 2021-12-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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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미크론 해일' 영국, 백신 맞으려 4시간 대기
재택근무로 관가·쇼핑가 한산…연말 모임·공연 취소 잇따라
마스크 착용 늘고 코로나19 패스 도입…봉쇄 가능성에 전전긍긍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지금부터 2시간 대기이고 아침에는 더 많았어요. 어제는 4시간씩 기다렸습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세인트토마스병원의 백신접종센터 앞에서 안내하는 직원 캐서린씨는 오전인데도 이미 지친 표정으로 답했다.
이날 영국에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약 7만9천명 쏟아져 나오며 올해 1월 초 기록이 깨졌다. 전날 보다 2만명이 늘어났다.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이 접종센터 밖에는 약 50명이 서 있었다. 안에 또 줄이 있는 듯 했다.
대기자 중엔 젊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머리가 희끗한 사람들도 보였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일요일 밤 "오미크론의 해일이 밀려들고 있다"면서 변이 확산에 대응해 부스터샷 대상을 연말까지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한 뒤 월요일부터 백신센터에 긴 줄이 생겼고 예약 사이트도 한 때 마비됐다.
캐서린씨는 "내일 줄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다"며 "원하면 사무실에 가서 예약을 하고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 내 다른 백신센터에도 빙 둘러서 줄이 있었다.

세인트토마스병원에서 다리를 건너 의회와 중앙부처가 가까운 웨스트민스터로 가자 거리가 한산했다. 월요일부터 재택근무 권고가 내려진 탓이다.
주 1∼2회 출근하던 공무원들도 다시 전면 재택을 하게 됐다.
국내 한 금융사의 주재원은 현지 금융회사들이 내년 초 전면 출근을 준비하다가 계획을 도로 백지화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직 공사 중인 빅벤 주변에 간혹 유모차를 끌고 가는 영국 국내 관광객이 보였다.
트래펄가 광장 근처 한 식당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약을 잡기 어려웠는데 온도차가 크다.


"밖에 보세요.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길에 다니는 사람이 확 줄었어요"
오후 3시께 런던의 쇼핑가 옥스퍼드서커스역 주변에 큰 길가에 있는 한 가게의 직원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리창에 크게 50% 세일을 붙여놨지만 고객은 2개층에 단 1명.
이 직원은 "월요일부터 다들 재택근무를 해서 그렇다"며 "출퇴근 시간에 버스를 타도 한산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코번트가든 주변에 갔는데 사람이 아주 많고 식당 마다 자리가 없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퍼진다고 해도 연말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있다"며 "그래도 이번 주말엔 그쪽도 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날이 어둑해지자 옥스퍼드 서커스 지하철역 주변이 붐비기 시작했지만 평소에 비해 빈 공간이 많이 보였다.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 사태로 또 봉쇄를 하게될까봐 긴장하고 있다.
학교는 곧 겨울방학에 들어가는데 내년 1월 초에 등교를 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 교사들이 대거 코로나19에 걸려 대체 교사를 투입하거나, 그마저도 구하지 못해 자습을 하는 경우도 많다.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가 취소되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 유명 지휘자 사이먼 래틀경이 코로나19에 걸리면서 대체 지휘자가 투입되기도 했다.
주요 공연장들은 관객들에게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패스(백신 접종이나 음성결과)만 도입했는데 이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된 뒤로 실외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도 부쩍 늘었다.

이날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존슨 총리가 주재한 기자회견에서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오미크론 변이와 델타 변이가 함께 유행하면서 확진자는 더 늘고 크리스마스 이후엔 입원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의료진이 대거 감염돼 병원 인력 공백이 생기는 상황까지 꺼냈다.
이들은 규제를 더 강화하거나 크리스마스 파티를 취소하라고 직접 말하진 않으면서도 조심하고 가급적 덜 만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영국 언론들은 연말 모임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다를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예쁜 장식을 해놨던 이들은 우울한 시기를 보내게 될 것 같다.또 이번엔 영국 정부가 아직 고용유지 지원 등 재정정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는 이들에겐 몹시 힘든 겨울이 될 것으로 보인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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