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너무 많아 7분만에 판결문"…프랑스 판사들 항의 시위

입력 2021-12-16 09:33  

"재판 너무 많아 7분만에 판결문"…프랑스 판사들 항의 시위
파리·리옹·니스 등 프랑스 전역에서 업무환경 개선 요구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신속하지만 형편없는 판결을 할 것인가, 제대로 된 판결을 말도 안 되게 느리게 할 것인가. 이것이 프랑스 판사들이 직면한 딜레마다"
검은색 법복을 입은 프랑스 판사들이 15일(현지시간) 법정이 아닌 길거리에 나와 인간다운 업무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일간 르파리지앵, 프랑스앵포 라디오 등이 전했다.
판사, 변호사, 법원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17개 단체는 이날 오후 파리, 리옹, 렌, 스트라스부르, 니스 등에 모여 과중한 업무를 호소하며 인력 확충과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파리 재정경제부 청사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민사 담당 판사 피에르는 "재판마다 60∼70건의 파일이 있지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몇 분 남짓"이라며 "어떤 판결문을 쓸 때는 겨우 7∼9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리 법원에서 근무한다는 판사 마리 로르는 밤 10시 넘어서까지 일하는 날이 다반사라며 이런 환경 속에서 과연 좋은 판결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크레테이유 가정 법원의 판사 에밀리는 "서랍에서 한 파일을 처리하면, 새로운 파일이 또 들어온다"며 마치 밑 빠진 욕조에 계속해서 물을 붓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에릭 뒤퐁 모레티 법무부 장관은 예산이 최근 2년간 8% 늘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이 예산은 법원으로 오지 않고 교도소 등으로 들어간다는 게 판사들의 주장이다.
판사 노조는 프랑스 사법부 예산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14위에 그치며, 상위권 국가와 어깨를 견주려면 판사와 서기 숫자를 배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시위의 배경에는 지난 8월 프랑스 북부 노르파드칼레 법원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 판사 샤를로트(29)가 있다.
샤를로트의 동료 판사 9명은 지난달 23일 일간 르몽드에 법원의 샤를로트와 같은 고통을 겪는 판사의 실정을 알리는 글을 실었고 3천여명의 판사가 연서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어떤 판사는 오전 9시∼오후 3시 쉬지 않고 50건의 재판을 소화하느라 몇 시간을 기다린 사람들의 얘기를 단 7분밖에 들어줄 수 없다며 "모든 것을 숫자로만 따지고 얘기를 듣지 못하는 정의를 더는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