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사과학원 산하 11개 연구소 무더기 수출제한
백악관, 중국 IT투자 관련 대책회의…의회도 규제 필요성 제기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어 중국 정부기관 및 기업을 무더기로 징계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군사적 목적과 인권 탄압을 위해 생명공학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위협에 조치를 취한다"며 중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와 터키 등 모두 37개 기관 및 기업에 대한 수출 제재 방침을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생명공학과 의학은 생명을 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지만, 중국은 이를 종교·인종적 소수자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기술이 이 같은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에 이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의 번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인류를 위협하는 도구로 탈바꿈하려는 중국과 이란의 시도에 미국은 강력한 억지 방침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제재 대상에는 중국 군사과학원 군사의학연구원을 비롯해 산하 11개 연구소가 포함됐다.
상무부는 이들 기관이 두뇌 조종을 포함하는 무기 개발에 관여했다고 명기했다.
인권 단체들은 그간 중국 정부가 안면인식 및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위구르족의 유전자 추적 및 감시를 진행 중이라고 비판해 왔다.
미국의 2018년 수출 규제법에 따르면 BIS는 국가 안보 및 외교 정책에 반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수출 및 재수출을 규제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 중국 견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은 신장 위구르를 비롯해 홍콩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전방위에서 압박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6일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밝혔다.
미 하원은 최근 신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사실상 '강제노동 제품'으로 간주해 미국으로 수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위구르족 강제노동 방지법'을 초당적으로 처리했다. 이 법안은 조만간 상원을 통과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규제 범위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감지된다.
화웨이 등 중국 IT 기업들이 신장 위구르 문제를 포함해 중국 당국의 사찰에 광범위하게 협조 중이라는 의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자본이 이들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면 이는 스스로 위협을 키우는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우려에 백악관은 내부적으로 각료급 고위 당국자 회의를 개최했지만,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7월 연설에서 "수출 규제 정신에 위배되거나 경쟁자들의 기술을 향상해 안보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미국 투자의 영향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법적 규제 필요성까지 거론된다.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 안보 검토 위원회는 지난달 중국의 군사 및 감시 행위와 연관된 기업에 대한 투자 규제를 강화할 법규 제정 필요성을 조언했다.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국가 및 경제 안보를 해치는 중국 기업에 미국의 기술을 이전하는 것과 미국의 자본을 투자하는 것에는 실질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다"며 조치를 촉구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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