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첫선 이후 250여기 제조에 그쳐…친환경·중형기 전환 흐름에 뒤안길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로 '하늘 위의 호텔'이란 별명을 지닌 에어버스의 초대형 여객기 A380의 생산이 16일(현지시간) 마지막 1기를 인도하면서 완전히 종료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이날 독일 함부르크에서 두바이 정부가 소유한 중동 최대 규모 항공사 에미레이트 항공에 자사의 마지막 A380 여객기를 인도했다.
어둑한 새벽 이륙한 이 여객기는 함부르크 상공을 한 바퀴 선회해 이별을 고한 뒤 페르시아만으로 향했다.
마지막 A380의 인도는 의도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파가 모일 수 있는 행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데다, 에어버스 내부적으로도 A380보다 작은 여객기의 친환경적인 측면에 홍보를 집중하는 추세여서다.
이런 모습은 2005년 A380이 처음 선보일 당시 유럽 지도자들을 초청해 화려한 불빛 쇼가 펼쳐졌던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A380은 통상 승객 500여명, 최대 853명까지 태울 수 있는 세계 최대 여객기다. 기내에 샤워실과 라운지, 면세점까지 갖춰져 있어 큰 관심을 끌었지만, 관심에 걸맞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에어버스는 1천기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2019년 단종을 선언하고 이날 마지막 A380을 인도하기까지 250여기를 제조하는 데 그쳤다.
세계 경제의 흐름과 항공업계 트렌드 변화를 읽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A380은 항공여행 수요가 급증하던 1990년대 설계됐다. 당시는 중국 시장이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걸로 여겨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A380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고, 대형 여객기에 대한 수요는 이후 감소세를 이어왔다. 거점공항에서 다른 거점공항으로 가능한 많은 승객을 한 번에 옮기는 방식에서 다수의 중규모 직항 노선 운영으로 항공업계의 트렌드가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에어버스는 2019년 A380의 단종을 결정했고, 이듬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촉발된 항공여행업계의 불황은 A380의 관에 마지막 못을 박았다.
A380 제조 중단으로 세계 최대 건물 중 하나인 프랑스 툴루즈의 A380 조립공장은 용도를 잃게 됐다. 에어버스는 공장 일부를 상대적으로 적은 승객을 싣는 협동체(narrowbody) 여객기 제조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A380 123기를 사들인 최대 고객 에미레이트 항공은 초대형 여객기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 항공 사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난 여전히 A380의 자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관료와 회계사들은 (A380이) 목적에 안 맞는 비행기라고 말하지만, 우리 여행객 다수는 그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말로 이 비행기를 좋아한다. A380은 지금껏 하늘을 날았던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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