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년 중 187년 집권지 내놔…당선자 "오늘밤, 파티는 끝"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텃밭'에서 열린 지역구 하원의원 보궐 선거에서 충격패를 당했다고 17일(현지시간) AFP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잉글랜드 중부 노스 슈롭셔에서 열린 지역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헬렌 모건 자유민주당 후보가 1만8천여표를 얻어 6천여표 차이로 닐 샤스트리-허스트 보수당 후보를 꺾었다.
2019년 2만3천여표 차이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던 보수당은 이번 선거에서는 1만2천여표를 얻는 데 그쳤다. 투표율은 46.3%로 집계됐다.
모건 자유민주당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 "오늘 밤, 노스 슈롭셔 주민은 영국 시민을 대변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 파티는 끝났다'고 크고 분명하게 말한 것이다"라며 존슨 총리를 겨냥했다.
이어 "조국은 리더십을 부르짖고 있다. 존슨 씨(Mr Johnson), 당신은 지도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1997년부터 15년간 지역구를 지킨 오언 패터슨 전 하원의원이 로비 관련 규정 위반 의혹을 받다가 사임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이 지역은 보수당이 전신이었던 토리당 시절부터 189년 중 단 2년(1904∼ 1906년)을 제외하고 줄곧 집권한 텃밭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보수당의 패배는 흔들리는 존슨 총리의 입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존슨 총리는 취임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위기에 내몰려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중이던 지난해 12월 중순에 정작 총리실에서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가 벌어졌다는 의혹이 퍼지면서다.
존슨 총리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은 방역 지침을 지켰다거나 파티가 없었다는 등의 반응으로 일관했지만, 지지율은 급락했다.
지난 8∼9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일간 더타임스가 공동으로 한 지지율 조사 결과 보수당은 4%포인트 차로 노동당에 밀렸다.
유고브 조사 결과로 보면 보수당 지지율은 코로나19로 전면 봉쇄 정책을 펼쳤던 지난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대형 행사장 등에서의 백신 패스 도입을 둘러싸고는 당 내홍도 벌어졌다.
이런 규제안이 지난 14일 하원에서 찬성 369표, 반대 126표로 통과됐지만 반대표 중 96명이 보수당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확산해 영국 내 일일 신규확진자도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다.
16일 신규 확진자는 8만8천여명으로, 전날 기록했던 역대 최대 7만8천여명을 약 1만명 넘어섰다.
가디언은 텃밭에서도 보수당 지지의 급락이 드러나면서 초조해하는 보수당 의원들이 나오고, 존슨 총리의 앞날에도 의문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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