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까지 세계 6천500개 언어 중 1천500개 소멸 위험"

입력 2021-12-19 08:15  

"2100년까지 세계 6천500개 언어 중 1천500개 소멸 위험"
"평균 공교육 기간 길수록, 도로밀집도 높을수록 소멸 우려 커져"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언어 다양성이 점점 사라지면서 2100년이 되면 전 세계 언어 중 1천500개가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 과학계 등에 따르면 호주국립대 소속 린델 브롬엄 교수와 화 샤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전 세계 언어 6천511개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각 언어의 사용 인구, 문서화 정도, 법적 인정 수준과 교육정책, 사회경제적 지표, 환경적 특징 등과 관련된 51개의 예측 변수를 가지고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모국어로 쓰는 성인만 존재하고 이를 배우는 어린이가 없는 언어를 '소멸 위기'(endangered) 언어로 규정했다. 또 노년층에서만 모국어로 사용하는 경우와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경우는 각각 '심각한 소멸 위기'(critically endangered) 언어와 '소멸'(sleeping) 언어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언어 가운데 현재 약 절반은 소멸 위기 상태라며 언어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별도의 개입이 없다면 소멸 언어는 40년 뒤에 3배로 늘어서 1개월에 언어 하나 이상이 사라지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럴 경우 금세기말이 되면 결국 1천500개의 언어가 사멸할 것이라는 얘기다.

분석 결과, 통념과는 달리 언어의 소멸 위험이 다른 언어와 접촉하는 것 자체만으로 커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 다양성의 손실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공교육이었다.
연구진은 평균 정규 교육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당 지역의 토착 언어가 소멸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하면서, 이중언어(bilingual) 교육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 과정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인구 이동을 촉진하는 도로 밀집도도 언어 소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롬엄 교수는 "국가와 도시, 시골마을과 소도시를 연결하는 도로가 많을수록 해당 지역 언어가 소멸 위기에 처할 위험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는 마치 우세 언어가 소수 언어를 강압적으로 밀어내는 데 도로 연결이 도움을 주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브롬엄 교수는 "언어가 소멸 위기에 처하거나 소멸 상태가 되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문화적 다양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세기에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 많은 언어를 여전히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토착 언어를 보존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공동체를 지원할 기회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지난 16일 게재됐다.
ki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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