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분석…흑인 "예산 줄여라"·아시아계 "경찰 더 투입해야"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지난 봄 인종차별적 폭력이라는 공통분모로 연대에 나섰던 미국의 흑인 사회와 아시아계 사회가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슬그머니 손을 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판치자 흑인 정치 지도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은 올해 초부터 아시아계를 향해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시아계 지도자와 활동가들 역시 지난해 체포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조치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지하며 화답했다.
지난 3월 아시아계 여성 6명 등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 사건 직후에는 로스앤젤레스(LA)와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 '흑인-아시안 연대'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시위자들이 아시아계 증오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유색인종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줄이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던 흑인과 아시아계 사회는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NYT는 미 전역의 활동가, 역사학자, 지역사회 지도자 20여 명과 인터뷰한 결과 흑인과 아시아계 공동체 사이의 화합을 위한 별다른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고, 양측의 연대를 위한 대화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흑인과 아시아계의 협력이 진전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경찰 문제에 관한 이견이다.
BLM 활동가들은 경찰 예산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시아계 지도자들은 경찰력 강화를 통해 보호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해차는 흑인이 경찰 폭력의 최대 희생자인 반면, 아시아계는 경찰로부터 가장 덜 피해를 보는 인종이라는 근본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에서 정치학 등을 가르치는 클레어 진 김 교수는 NYT에 "흑인들 사이에서는 경찰에 대한 비판과 회의론이 많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경찰을 사회통제의 수단이라기보다는 개인 재산의 수호자로 여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 근절을 위한 법안에 서명한 것이 일부 아시아계 인사들에게 '우리 목적은 달성됐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사회경제적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16년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아시아계 성인의 연소득 중간값은 5만1천 달러로 흑인(3만1천 달러)보다는 백인(4만8천 달러)과 훨씬 가까웠다.
다만 뉴욕의 젊은 아시아계 진보 활동가들은 흑인들과 함께 경찰력 강화에 반대하며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라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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