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겨울 에너지 수요는 치솟는데 각종 악재로 공급이 태부족 상태여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유럽전력거래소(EPEX Spot)에서 프랑스의 익일 공급분 전기는 메가와트시당 382.08유로(약 51만원)에 거래가 마무리됐다.
2009년 이후 12년 만의 최고가 기록이다.
같은 거래소에서 독일의 익일 공급분 전기 역시 331.37(약 44만원)유로로 역대 3위 가격을 기록했다.
이베리아전력거래소(OMIE)에서는 스페인의 전력 도매가격이 339.84유로(약 45만3천원)로 역대 최고가 기록을 썼다.
선물시장에서는 프랑스의 1월분 전기 가격이 590.00유로(약 78만원)에, 2월분 전기 가격이 648.13유로(86만5천원)에 거래됐다.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보다 전기 요금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600% 이상 상승했다. 평년보다 추울 거라는 기상 예보에 각종 에너지 공급 차질까지 엉켜 나타난 결과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19일 정오(현지시간)부터 슈즈1 원자로의 운영을 내년 1월 23일까지 중단했다.
프랑스는 앞서 안전상 우려를 이유로 자국 내 원전 상당수의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풍력 발전 원동력인 바람마저 뚝 끊겨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독일의 풍력발전 생산량은 하루 5천 메가와트(㎿)를 밑돌고 있다. 11월 30일의 최대치 4만7천130㎿에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원자력·풍력 발전이 줄어들면 화력발전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 가스·석탄의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지정학적 갈등도 유럽의 에너지 위기의 한 원인이다.
유럽 각국과 정치적 갈등을 빚고 있는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무력 시위를 벌이는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할 경우 가스 가격이 더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원자재 등 상품 거래업체인 트라피구라의 제러미 위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유럽에 한파가 불어닥치는 경우, 정전까지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실제 유럽의 가스 저장소 내 비축량은 최대 용량의 60% 수준이며 이는 올들어 최저치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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