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않는 임신한 미성년 임신부에 또다른 벌…생식권 보호"
"최소한의 부모 권리를 박탈하는 것…더 위험에 빠뜨릴 것"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주가 새해 1월 1일부터 청소년이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도 합법적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미성년자들의 낙태권을 확대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주도의 일리노이 주의회와 같은 당 소속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6)는 17세 이하 미성년자가 낙태를 하려 할 경우 부모에게 사전 고지하도록 한 기존 법을 이달 말일부로 폐지하기로 했다고 시카고 언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기존 법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거나 강간·학대 피해를 본 미성년 임신부들에게 또 다른 벌이 될 뿐"이었다며 "생식권을 보호하고 의료서비스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일리노이주는 지난 1995년 입법을 통해 17세 이하 청소년이 낙태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48시간 이전에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미국의 대다수 주에서 미성년자의 낙태를 위해선 부모 또는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지만 일리노이주는 해당 법이 시행되는 와중에도 '고지' 의무만 있을 뿐 동의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자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할 최소한의 부모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며 프리츠커 주지사와 민주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에이버리 본 의원(공화)은 "낙태는 짧게든 길게든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고 부모는 미성년 자녀에게 올바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일리노이주의 이번 조치가 미 중서부 전역의 미성년 여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리노이주는 미전역에서 가장 강력한 낙태권을 가진 주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19년에는 낙태 시 배우자 동의·일정 시간 대기 등 조건을 없애고 임신 20주 이후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처벌 및 낙태 시설 제재 규정 등을 삭제한 광범위한 낙태권 강화 법안을 승인했다.
그렇다 보니 보수 성향의 주에서 일리노이 주로 '낙태 여행'을 오는 여성 수가 적지 않다.
일리노이주 보건부에 따르면 일리노이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타주 여성은 2014년 2천970명, 2017년 5천528명, 2019년 7천534명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
한편, 일리노이주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선 낙태권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수 우위의 미국 연방 대법원은 최근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낙태법을 '합헌'으로 인정할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반면에 연방 식품의약청(FDA)은 낙태 약물을 우편으로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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