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내각 출범 후 첫 집행…사형수 107명으로 줄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내각이 출범한 뒤 첫 사형이 집행됐다.
일본 법무성은 21일 살인죄 등으로 사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던 3명을 처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집권 때인 2019년 12월 26일 중국인 웨이웨이(魏巍)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전문학교 연수생이던 웨이는 다른 중국인 남자 2명과 함께 2003년 6월 후쿠오카(福岡)시의 한 옷가게에 침입해 가게 주인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인근 앞바다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처형된 3명 중 한 명은 2004년 8월 이웃에 살고 있던 친족 등 7명을 살해한 뒤 방화한 죄로, 다른 2명은 2003년 파칭코 점원 2명을 살해하고 금품을 강탈한 공범으로 사형이 확정됐다.
이날 사형 집행으로 판결이 확정돼 복역 중인 일본 내 사형수는 107명으로 줄었다.
작년 9월 아베의 뒤를 이어 1년간 집권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내각에선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지난 10월 첫발을 내디딘 기시다 정권이 집권 2개월여 만에 전격적으로 사형을 집행한 것은 전동차 방화와 병원 방화 사건 등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노리는 흉악범죄가 최근 잇따르자 흉악범죄에 대한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이기 위한 처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후루카와 요시히사(古川禎久) 법무상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검토를 한 뒤 (사형집행) 명령을 내렸다"며 법치국가의 법 집행은 엄정하게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경우라도 제멋대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2년 만에 재개된 사형 집행을 계기로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인권단체의 목소리가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기하라 세이지(木原誠二) 관방부 부(副)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사형제) 폐지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형제 존폐는 일본 형사사법 제도 근간에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여서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고 전제한 뒤 "국민 다수가 극악 범죄에 대해선 사형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가 2019년 11월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천572명(답변자 기준)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형제가 부득이하다고 답한 사람이 80.8%에 달했다.
직전인 2014년 조사 때와 비교해 사형제를 용인하는 응답자 비율이 0.5%포인트 높아졌다.
일본 정부는 5년 단위로 사형제를 포함한 법 제도 관련 여론조사를 하는데, 최근 15년간 사형제 지지 응답률은 계속해서 80%를 넘었다.
2019년 조사에서 사형제를 용인해야 하는 이유(복수 응답)로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흉악범죄는 목숨으로 속죄하게 해야 한다'(53.6%)라거나 '사형으로 재범을 막아야 한다'(47.4%)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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