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1인당 식품 폐기물 20%↑·처리비용 연 1조…환경 '발목'

입력 2021-12-22 05:45   수정 2021-12-22 06:29

10년새 1인당 식품 폐기물 20%↑·처리비용 연 1조…환경 '발목'
온실가스 배출, 식량안보 저해…"국가적 폐기 감소 대책 세워야"
"푸드뱅크 기부 확대·재고 할인마켓 활성화·식생활 교육 강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점심 급식량의 30%가량을 버리는 경우도 있다. 60ℓ짜리 잔반통 4개 분량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이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서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수요 급증으로 이들 제품의 원료 가공과 생산 과정에서도 식품 폐기물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밀가루와 콩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기후변화로 환경 보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만큼 식품 폐기 억제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늘어나는 식품 폐기…"음식물 쓰레기만 하루 1만4천t 넘어"
한국환경연구원이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식품 손실·폐기량 저감과 관리 정책 동향·입법과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서 일평균 분리 배출되는 음식물류 폐기물은 2009년 1만3천701t에서 2019년 1만4천314t으로 4.5% 증가했다.
식품제조업체에서 나오는 물량과 종량제 봉투에 혼합 배출되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식품 폐기물은 하루 1만6천669t에서 2만1천65t으로 26.4% 급증했다.
국민 1인당 식품 폐기물(식품 제조 단계 포함)은 10년 사이에 하루 338g에서 407g으로 20.4%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t, 처리비용은 1조96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밀키트나 가공식품의 소비 증가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늘어난 반면 가정에서는 조리 전 음식쓰레기 비중이 작아지고 조리 후 비중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 "세계 식량의 40% 버려져…국가적 저감 전략 필요"
버려지는 식품 문제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 환경단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올해 8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에서 매년 먹지 않고 버려지는 식량이 대략 40%(25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FAO는 2011년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식량의 약 3분의 1(연간 13억t)이 손실되거나 버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WWF는 전 세계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량의 8%가량이 식품 폐기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식량 공급은 물론 환경 보호를 위해서도 식품 손실과 폐기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범부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종합대책을 세워 시행했지만 2013년 지방자치단체의 음식물 쓰레기 발생 억제 책무를 강화한 이후 국가적인 식품 손실·폐기 저감 전략이 없는 상황이라고 환경연구원 보고서는 지적했다.
영국은 2025년까지 1인당 식품 폐기물을 2015년 대비 20% 줄이기로 하는 등 주요국들은 식품 손실과 폐기 저감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유엔은 2015년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2030년까지 식품 폐기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환경연구원은 국내에서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퇴비나 사료로 활용하고 있지만 과다한 염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 우려, 수요처 부족, 추적 관리 미흡 등의 문제로 자원화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식품 손실·폐기를 줄이기 위한 법률 마련과 국가적 저감 계획 수립, 생산·제조·유통·소비·재분배(재활용) 등 단계별 관계 부처의 역할 분담, 고품질 사료화 추진 등을 주문했다.


◇ 2023년 소비기한 시행에 기대…"연간 1조원 편익 예상"
이런 상황에서 식품에 표기한 '유통기한'을 실제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인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제도가 2023년부터 시행되면 식품 폐기량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을 담은 식품 표시·광고법 개정안이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식품을 적절하게 보관하면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이 길다. 예컨대 계란은 25일, 우유는 45일, 냉동만두는 25일, 식용유는 5년을 더 소비할 수 있다는 식약당국과 업계의 조사 결과가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소비기한 표시제로 소비자와 산업체에 연간 각각 8천860억원, 260억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감소까지 고려하면 편익은 연간 약 1조원에 이른다.
주문솔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교와 같은 구내식당 집단급식은 식품 폐기율이 높아 식생활 교육과 연계해 줄일 필요가 있다"며 "푸드뱅크 기부를 늘리고 일반인에게 할인 판매하는 재고 마켓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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