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주니어 부활' 황당 소문에 수백명 집결…"영향력 이어질 것"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을 구할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음모론자들의 집단 큐어넌(QAnon)이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태동한 큐어넌이 정권교체 후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자연스럽게 소멸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반대의 현상이다.
특히 최근 눈에 띄는 것은 큐어넌이 아무런 중심세력이 없이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큐어넌은 미국 민주당의 최고위 인사들과 정부 내부의 기득권 세력의 이익공동체인 '딥 스테이트'가 정부를 통제하고 있다는 익명의 네티즌 '큐'(Q)의 음모론으로부터 시작됐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출마한 것은 악마를 숭배하는 딥 스테이트로부터 미국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Q의 주장에 미국인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Q는 지난해 12월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동영상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수면 밑으로 사라졌다.
NYT는 자생적인 음모론자들이 Q가 사라진 공간을 채웠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0명이 숨진 테사스주 휴스턴의 힙합 콘서트 안전사고도 큐어넌 음모론자들의 소재가 됐다.
큐어넌은 피해자들이 악마숭배 의식의 제물로 사용됐다는 주장을 폈다.
이 같은 음모론을 반영한 한 목사의 페이스북 글에는 16만여 명이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또한 NYT는 최근 댈러스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현장 인근에 큐어넌 지지자들이 집결한 해프닝도 소개했다.
이들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남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다고 선언할 것이라는 소문을 믿고 댈러스에 모였다.
문제는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1999년 비행기 사고로 숨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큐어넌은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부활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폈지만, 이 말을 믿고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수백 명에 달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대형 SNS 업체들은 큐어넌과 관련된 계정을 폐쇄했지만, 이들은 단속이 미치지 않는 소규모 SNS 등으로 근거지를 옮긴 뒤 더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전문가들은 큐어넌의 영향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큐어넌에 대한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로건 스트레인은 "미국이 선거를 치를 때마다 큐어넌은 재충전되는 것 같다"라며 "한동안 미국 정치권에서 큐어넌의 존재는 상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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