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90억달러 해외에 묶여…"먹게 해달라" 외치며 행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경제난이 심각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동결된 자국 해외 자산을 풀어달라는 시위가 발생했다고 톨로뉴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이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수도 카불 시내에서는 수백 명의 주민이 폐쇄된 현지 미국 대사관을 향해 걸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가 먹게 해달라', '우리에게 동결된 돈을 돌려달라' 등이 쓰인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아프간에 대한 그런 경제 압박은 국제 규범에 어긋난다"며 "우리 국민은 여기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동결된 자산은 우리 국민의 것이므로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프간은 지난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후 만성적인 외화 부족이 심해지고 가뭄이 겹쳐 경제난이 심화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간 인구 4천만 명 가운데 2천400만 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는 90억 달러(약 10조7천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해외 보유자산 동결과 공공 부문 경비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원조의 중단이 결정타가 됐다.
특히 동결 자산 가운데 70억 달러는 미국에 예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프간의 인도적 위기를 막으려면 동결 자산을 풀어줘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40명이 넘은 미국 하원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동결 자금 해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아프간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며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도 동결 자금 해제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측은 아프간의 금융 문제가 동결 자금 해제로 풀린다는 보장이 없고, 탈레반이 이 자금을 인도적 지원 이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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