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인프라 부족한 현실 무시하고 '생색 기부' 비판

(테헤란·서울=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차병섭 기자 = 나이지리아가 선진국에서 기부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유통기한이 지난 106만 회분을 폐기했다고 AFP 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이잘 슈아이브 나이지리아 국립1차건강관리개발기구(NPHCDA)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통기한이 지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6만6천214 회분을 폐기했다"고 발표했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10월께 유럽에서 백신 260만회분을 들여왔지만 지난달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고 이 중 150만회분은 이미 폐기한 상태였다.
슈아이브 대표는 백신을 들여올 당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지만 '백신 민족주의' 등으로 백신이 부족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유한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쟁여놨다가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가난한 나라에 기부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앞서 13일 백신 폐기 계획을 밝히면서 "이제 더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사기에 에하니레 보건부 장관은 기부국에 "기부절차를 조기에 시작하고 국제 백신 공유 프로그램(COVAX)과 아프리카백신획득트러스트(AVAT)를 통한 백신 운송·분배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신화통신은 나이지리아 보건당국을 인용해 백신 제조사 측이 유통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나이지리아 측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슈아이브 대표는 폐기 결정은 백신 접종에 대한 나이지리아 국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세네갈도 최근 2개월 간 20만회분의 백신이 폐기하고 연말까지 2만회분을 더 버리기로 하는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유엔은 선진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시작했지만 빈국의 취약계층은 단 한 번도 접종하지 못한 상황을 지적하면서 불평등을 경고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지난 2주간 확진자가 500% 증가하는 등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 인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2억명에 달하지만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 성인은 4%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접종률이 낮다.
아프리카 국가에선 백신을 기부받아도 접종 인프라가 부족 한 데다 미신 등으로 백신을 꺼리는 문화가 팽배해 신속히 접종하지 못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