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탄절 트리 귀해졌다…농장 덮친 폭염에 무더기 고사

입력 2021-12-23 10:46  

미국 성탄절 트리 귀해졌다…농장 덮친 폭염에 무더기 고사
올여름 북서부 '열돔' 여파…변색되거나 말라죽는 나무 속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기후변화가 크리스마스 풍경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 주에서는 오는 25일 성탄절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트리의 품질이 떨어지고 판매도 줄었다.
올해 6월부터 미국 북서부에 닥친 여름 폭염 때문에 성탄트리로 쓸 침엽수가 대거 변색하거나 고사했기 때문이다.
오리건주에서 성탄트리를 키워 팔아온 래리 레이슨(78)은 재고가 없어 올해 장사를 사흘밖에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예년에는 11월 중순 추수감사절 무렵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 넘게 성수기를 누렸다는 게 40년 넘게 영업해온 레이슨의 증언이다.
태평양 연안인 미국 북서부는 지난여름에 '열돔'(heat dome)이 몰고온 지독한 더위와 싸웠다.
열돔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뜨거운 공기가 갇히면서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교란돼 열돔이 더 자주 발생한다고 의심한다.

가디언은 "변화하는 기후를 보면 극단적 기상이 올해로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성탄트리 재배업자들도 혹서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거나 북쪽으로 농장을 옮기는 등 대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트리 업자들은 묘목을 심고 6∼10년 키워 성탄트리에 걸맞은 모양새가 나오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미국 북서부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재고가 줄었을 뿐 품절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묘목이 집단 고사하고 업자들이 재정 타격을 받은 까닭에 몇년 뒤 심한 공급부족 사태가 눈에 띌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농장주인 데이나 퍼로는 올해 6월 건기 중에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닥쳐 갓 심은 묘목이 집단 고사했다고 밝혔다.
퍼로는 "성탄트리는 아주 노동집약적인 작물"이라며 묘목, 노동력, 시간 등 자본을 몽땅 날렸다고 손실을 설명했다.
오리건 성탄트리재배업자협회는 시간이 지나면 피해가 소비자에게도 체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톰 노비 협회장은 "지금 좀 망가진 트리를 구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는 지구 온난화 신호가 있다"며 "때가 가까워지면 올해 받은 타격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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