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방, 러에 즉각 안보 보장해야…내년초 제네바서 협상"(종합)

입력 2021-12-23 23:35  

푸틴 "서방, 러에 즉각 안보 보장해야…내년초 제네바서 협상"(종합)
"유럽, 가스값 폭등 위기 스스로 초래…러시아에 책임돌리는 건 부당"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은 실수, 중국 발전 제한 시도"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에 러시아에 대한 안보 보장을 서둘러 제공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러시아의 가스 수출 감축으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유럽 국가들에서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유럽연합(EU)이 자초한 일"이라면서 러시아의 책임을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 있는 '마네슈 전시홀'에서 연 연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나 다른 주권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어떤 보장을 해줄 수 있는가'라는 영국 '스카이 뉴스' 방송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서방에서 제기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준비설과 관련 "당신들은 내게 어떤 보장을 요구하지만, 당신들이 우리에게 (안보를) 보장해야 한다. 늦지 않게 바로 지금 (그렇게 해야 한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측은 러시아가 아니다"라면서 "러시아가 미국과 영국 국경으로 접근했는가. (그들이) 우리 국경으로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곳에 (나토)무기가 배치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더는 동진을 하지 않겠다는 1990년대의 구두 약속을 어기고 다섯 차례나 확장을 계속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서방은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가 너무 크다고 보기 때문에 러시아에 지속해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18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한 보좌관이 "만일 지금의 거대한 러시아 땅에서 시베리아 지역에 한 국가가 세워지고, 유럽 쪽(러시아)에 다른 4개의 국가가 세워지면 전 세계가 더 평안해질 것"이라고 한 말을 상기시켰다.
서방이 러시아 약화를 노리고 러시아를 내부에서 분열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민스크 협정'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로 돈바스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자신의 안보를 확보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미국 측으로부터 러시아의 안보 보장 제안에 대해 긍정적 신호를 받고 있다면서 "미국 파트너들이 내년 초에 제네바에서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주변 긴장 해소를 위해 우크라 등 옛 소련국가들의 추가적 나토 가입 금지, 우크라 및 인접 지역에 대한 나토의 무기 배치 금지 등을 규정한 안보 보장 문서 서명을 미국과 나토 측에 요구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이 같은 요구를 제기했으며, 러시아 외무부는 15일 러·미 간 안보 보장 조약 초안과 러·나토 회원국 간 안보 보장 조치 협정 초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행동은 협상 과정이 아니라 러시아 안보에 대한 무조건적 보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나토의 추가적 동진은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 국경에 미사일을 배치했는가. 아니다. 미국이 자신들의 미사일을 갖고 우리 집(러시아 인근)으로 접근해 와서 집 문턱에 서 있다"면서 "만일 러시아가 캐나다나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미사일을 배치했다면 미국이 어떻게 행동했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최근 유럽 내 가스 가격 폭등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유럽 가스 위기는 EU가 장기 계약이 아닌 시장 시스템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EU 국가들이 러시아와 장기 계약을 맺고 가스를 공급받던 관례에서 스폿(현물) 시장에서 가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한 것이 가스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사흘 연속 '야말-유럽 가스관'을 이용한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 물량을 예매하지 않았다고 비난하지만, 이는 이 가스관으로 운송되는 가스를 구매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이 구매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독일로는 장기 계약에 따라 현물시장보다 3~4배, 6-7배 싼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독일 같은) 유럽 구매자들은 현물 시장 가격이 장기 계약 가격보다 7배까지 오르자 장기 계약으로 가스프롬으로부터 수입하는 가스를 (이웃 국가들에) 재판매해 큰 이익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일로 가는 일부 러시아산 가스가 최종적으로 우크라이나로 재판매되는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유럽은 자체적으로 가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밖에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한 미국의 조치는 실수이며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은 중국의 발전을 제한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부터 약 4시간 동안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팬데믹으로 위축된 경제 활성화 방안, 자국 내 비정부기구(NGO) 및 인터넷 통제 문제 등 약 40건의 질문에 상세히 답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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