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행사서도 선동적 발언…경찰 수사는 소극적
모디 정부 출범 후 입지 강화…득표 위해 종교 갈등 조장 지적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에서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도 곳곳에서 이슬람교와 기독교 등에 대한 힌두교도의 공격이 잦아지는 가운데 공개 행사에서 무슬림을 죽이라는 선동적 발언까지 나왔다.
25일 인도 언론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지난 17∼19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하리드와르에서 열린 종교 행사에서 힌두교 지도자들이 잇따라 도발적 연설을 했다.
힌두교 단체 힌두 마하사바의 간부 푸자 샤쿤 판데이는 "우리 중 100명만 전사가 돼 200만명의 무슬림을 죽인다면 인도를 힌두 국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힌두교 단체 지도자 프라보다난드 기리는 "미얀마에서처럼 경찰, 정치인, 군대 등 모든 인도 내 힌두교도는 무기를 집어 들고 (무슬림에 대한) 청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에서는 2017년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군과 정부의 대규모 소탕 작전이 벌어져 75만여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바 있다. 기리는 인도에서도 이처럼 무슬림을 쓸어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또 이날 현장에서는 호텔은 성탄 축제 행사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행사장에는 힌두교 고위 사제는 물론 여당 인도국민당(BJP)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연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널리 공유됐다.
이후 경찰은 종교 갈등 촉발 혐의와 관련해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지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아직 체포된 이는 없고 1명만 입건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집권한 후 보수 힌두교도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모디 정부는 집권 후 시민권법 개정, 인도령 카슈미르 특별지위 박탈 등을 통해 무슬림과 기독교도 등 소수 집단 탄압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권법에는 무슬림 차별적 요소가 담겼고, 인도령 카슈미르는 무슬림 주민이 다수인 지역으로 모디 정부의 조치에 따라 주민들은 취업, 부동산 취득 등에서 누리던 혜택을 잃었다.
지난해 2월에는 시민권법 찬반과 관련해 무슬림과 힌두교도가 뉴델리에서 충돌하면서 4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무슬림이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난 10월에는 파키스탄 크리켓팀의 승리를 축하했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무슬림들이 체포됐다.
수도 뉴델리 인근 신도시 구루그람(옛 구르가온)에서는 무슬림의 야외 종교 예배 등을 막기 위해 힌두교도들이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천주교의 경우도 마더 테레사가 인도에 설립한 자선단체 '사랑의 선교회'가 최근 강제 개종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기독교인들은 최근 들어 자신들을 향한 증오범죄와 공격이 늘고 있음에도 모디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고 비난한다.
이달 초에는 마디아프라데시주에 있는 세인트 요셉 기독교 학교에 힌두 민족주의자 200명이 몰려와 학생들을 강제 개종시키고 있다며 돌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모디 정부가 선거 승리를 위해 종교 간 갈등을 조장하면서 인구의 다수인 힌두교도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인도의 힌두교도는 13억8천만명의 전체 인구 가운데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비중은 각각 14%와 2%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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