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 정권 경험 추이톈카이 발언에 홍콩언론 "新도광양회 밑그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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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원칙적으로 준비 안 된 싸움, 자신 없는 싸움, 오기로 하는 싸움과 소모전은 해서는 안 된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미 중국대사가 지난 20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국제문제연구원(이하 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1년 국제정세와 중국외교 토론회'에서 행한 연설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신장(新疆) 제품 수입금지법 제정 등을 계기로 갈수록 심화하는 미중 전략경쟁과 갈등 속에서 중국이 미국에 당장 '강대강'으로 맞서기보다는 우선 이길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라는 수식어가 붙는 최근 중국 대외정책의 강경 흐름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끄는 것이다.
연구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추이 전 대사는 "중미관계가 현재 처한 역사적 단계는 상당히 긴 시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미국은 사회제도와 이데올로기, 문화적 전통에 더해 인종까지 다른 대국의 부상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 중국 정책에는 인종주의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추이 전 대사는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마지노선도 없이 전력을 다해 중국을 탄압하고 억제하고 분열시키고 포위하려 한다"며 "이에 대해 우리는 명석한 두뇌와 충분한 준비로 중미관계에 앞으로 있을 곡절과 롤러코스터 같은 장면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왕에 투쟁의 목적이 인민의 이익과 전략적인 전체 국면을 수호하는 것이라면 투쟁 과정에서 이익과 전체 국면에 결부된 대가와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준비 안 된 싸움, 자신 없는 싸움, 오기로 하는 싸움과 소모전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추이 전 대사는 이어 "우리의 상대 중에는 극도로 이기적이고 양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이상과 신념, 과학적 이론, 넓은 마음, 고상한 정서를 가진 공산당 사람이기 때문에 실제 투쟁에서 그들을 이길 뿐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그들에게 승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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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명보(明報)는 25일자 사설을 통해 "추이 전 대사 발언으로 미뤄 미국의 대 중국 정책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새로운 인식을 하고 있으며, 바이든 임기와 그 후 중미관계의 발전에 대해 환상을 버렸다"고 분석했다.
사설은 이어 "그러나 추이 전 대사는 준비안된 싸움, 자신없는 싸움, 오기로 하는 싸움과 소모전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는데, 신형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춘 채 때를 기다림)'의 전략적 밑그림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추이 전 대사는 2013년 5월부터 지난 6월까지 8년여 간 주미대사로 재임하며 미국의 3개 정권(오바마·트럼프·바이든)을 경험했다.
비록 현직 인사는 아니지만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해 연설한 행사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 추이 전 대사가 직전임 주미대사로 현재의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경험한 인사라는 점 등으로 미뤄 발언에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즉,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내년 하반기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미중관계에서 대항할 부분은 대항하되 불필요한 갈등은 가급적 피함으로써 대외관계를 안정화하려는 지도부의 의중이 내포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같은 자리에서 왕이 부장은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려 한다면 두렵지 않으며, 끝까지 갈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중미 관계의 온건한 발전을 추진키 위해 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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