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기술분쟁서 중소기업의 일부 승소도 처음"
한화 "자체 개발한 기술…대법원 판단 받을 것"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중소기업의 권리회복을 위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은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가 태양광·반도체 설비 제조업체이자 한화 협력사인 에스제이이노테크가 한화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최근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경청에 따르면 법원은 한화에 기술유용 배상액 5억원을 인정하고 징벌적 배상 2배를 적용해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경청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탈취 분쟁 민사 소송에서 일부라도 중소기업이 승소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동안 만연했던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에스제이이노테크는 2011~2015년 한화와 태양광 설비제조에 관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설비기술을 유용해 태양광 제품을 만들고 한화 계열사에 납품했다는 게 에스제이이노테크의 주장이다.
에스제이이노테크는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에 이어 2018년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2019년 9월 공정위는 한화가 기술자료를 유용했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을 의뢰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대구지검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손해배상 민사소송 1심에서도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에스제이이노테크가 한화에 전달한 승인 도면, 매뉴얼, 레이아웃 도면 등은 하도급법으로 보호되는 기술 자료가 아니라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에 에스제이이노테크는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매뉴얼 첨부 도면에 대해 한화가 기술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봤다. 다만 매뉴얼 첨부 도면을 제외한 기술자료는 특허에 의해 이미 공지된 기술이라고 보고 나머지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한화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상고한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이번 판결이 1심 등 종전의 사법적 판단과 상이한 만큼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이번 사안은 1심 판결뿐만 아니라 행정소송 등에서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되었고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며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고 6명의 경력직원을 채용해 자체 개발한 기술임을 사법 절차를 통해 여러 차례 확인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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