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알 본부 해산 대법원 판결이어…국제 인권단체 등 강력 비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 시법원이 29일(현지시간) 현지의 대표적 역사교육·인권단체 '메모리알' 하부 조직인 '인권센터 메모리알'에 대해 해산 판결을 내렸다.
러시아 대법원이 전날 메모리알 본부와 그 산하 조직에 대해 해산 판결을 내린 데 뒤이은 것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법원은 이날 모스크바 검찰청이 제기한 인권센터 메모리알 해산 청구 소송 공판에서 "검찰의 요청을 완전히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검찰은 "메모리알과 그 지도부가 자체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외국대행기관임을 표시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해 여러 차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면서 이 단체의 해산을 요구했다.
지난 2012년 채택된 러시아의 외국대행기관법은 외국의 자금지원을 받아 러시아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비정부기구(NGO), 언론매체, 개인, 비등록 사회단체 등에 자신의 지위를 법무부에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활동 자금 명세 등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자체 발행하는 모든 간행물에는 외국대행기관임을 명시해야 한다.
메모리알 측은 외국대행기관법 위반과 관련한 과징금은 모두 지불했으며 단체 해산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모리알 변호인은 모스크바 시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는 미국, 독일, 스페인,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스웨덴 등 서방 국가 외교관들이 나와 방청했다.
앞서 전날 대법원은 대검찰청이 제기한 '국제 역사-교육·자선·인권 단체 메모리알'(국제 메모리알)과 이 단체의 지방 조직 및 관련 산하 조직들에 대한 해산 청구 요청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역시 외국대행기관법 불이행을 판결 근거로 들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메모리알 폐쇄는 언론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 침해"라면서 "단체 해산을 위한 정부의 외국대행기관법 이용은 국가적 탄압에 대한 기억삭제를 겨냥하는 시민사회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방 주요 국가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메모리알은 옛 소련 시절인 1989년 역사-교육 단체로 창설된 뒤, 1991년 인권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러시아의 대표적 인권단체다.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국제 메모리알을 주축으로 국내외에 산하 조직과 지부를 두고 네트워크 조직으로 활동해 왔다.
옛 소련권인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라트비아, 조지아(그루지야)뿐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 서방 국가에도 지부를 두고 있다.
러시아 대검찰청은 앞서 지난달 메모리알이 외국대행기관법을 지속해서 위반했다며 이 단체의 해산을 요구하는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이와 별도로 모스크바 검찰청은 모스크바 시법원에 메모리알 하부 조직인 인권센터 메모리알 해산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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