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통제 백서 첫 발간…"국가안보관 견지하며 직면한 도전에 대응"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지난달 요소수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요 물자에 대한 중국 의존 심화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중국이 수출통제 규범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수출통제는 민수·군수 겸용 물자, 군용 물자, 핵무기 관련 물자, 그외 국가안보와 이익 수호,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 국제의무 이행 등과 관련한 화물, 기술, 서비스 등의 수출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30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전날 수출통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 수출통제 법 제도 및 관리 체제 등을 소개하는 '중국의 수출통제'라는 제목의 9천자 분량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중국은 총체적인 국가안보관을 견지하면서 수출통제 체계와 능력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관리를 강화하며, 엄정한 법집행을 하고, 새로운 정세 하에서 직면한 위험과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백서는 "어느 나라도 수출규제 조치를 남용해 차별적 규제를 무리하게 시행하고 비확산 문제에서 이중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수출규제 관련 다자간 메커니즘을 차별적이고 배타적으로 추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출 규제는 공정·합리·비차별 원칙을 준수해야하며 수출통제 품목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수출통제 백서 발간은 우선 세계 최대 무역국으로 자국이 수출통제 관련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중국 전략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잇달아 취하며 중국을 제외한 국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미국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 세계 5G 통신 장비 시장의 강자인 화웨이를 수출규제 블랙리스트에 올림으로써 미국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로 개발하거나 생산한 반도체 칩을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군사적 목적과 인권 탄압을 위해 생명공학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위협에 조치를 취한다"며 중국 군사과학원 군사의학연구원 등을 수출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아울러 최근 중국이 전략물자인 희토류 관련 국유기업과 연구기관을 통폐합해 세계 최대 희토류 회사(중국희토그룹)를 설립한 가운데 중국의 전략물자 수출 문제에서 이번 백서 발간이 갖는 함의도 관심을 모은다.
향후 중국이 안보와 국익 등을 이유로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물자의 수출을 통제할 경우 그것이 법적 근거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리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특정 물품이나 기술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수출통제법을 지난해 12월 시행했다. 이는 미국에 대한 희토류 등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