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침공시 단호 대응"…푸틴 "제재하면 관계 파열"(종합3보)

입력 2021-12-31 16:06   수정 2021-12-31 16:30

바이든 "우크라 침공시 단호 대응"…푸틴 "제재하면 관계 파열"(종합3보)
내달 미러 안보 협상 앞두고 50분 통화…기존 입장 고수하며 기싸움
대화 모멘텀은 살려…'나토동진금지' 등 러 안보보장안 놓고 계속 협의



(워싱턴·모스크바=연합뉴스) 이상헌 김경희 유철종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일촉즉발의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50분간 전화로 담판을 벌였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 7일 화상 정상회담을 한 지 23일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병력 집결에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해 즉각적인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금지 등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이날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긴장 완화를 요구했고,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의 대규모 제재가 이뤄진다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 옛소련 국가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인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약하길 원하고 있고, 미국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일단 러시아와의 협상에는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러시아는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병력배치를 늘려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미국은 이에 러시아의 국제결제망 퇴출과 수출제한 등 초강력 제재카드를 언급하며 러시아를 압박해왔다.

백악관은 두 정상 간 통화가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관련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며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초 미·러 간 양자 전략 안정화 대화를 시작으로 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러시아와 외교적 해법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내년 1월 10일 제네바에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이 각각 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실무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12일에는 러시아와 나토, 13일에는 러시아-OSCE 간의 연쇄 협상이 이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실질적인 대화의 진전은 긴장 고조보다는 긴장 완화 국면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러시아에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의 대규모 제재는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미·러 양국 관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러시아 측이 전했다.
유리 우샤코프 푸틴 대통령 외교·안보 담당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의 긴장이 계속될 경우 서방 국가들은 경제·군사 등을 포함한 대규모 제재를 취할 것임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서방이 유례없는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하면 이는 양국 관계의 완전한 파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러시아·서방 전체 관계에도 심각한 해가 가해질 것이라고 응수했다"고 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그러한 행보는 후손들에 의해 엄청난 실수로 평가될 것이라면서,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격무기를 배치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새해에도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로 합의, 협상의 모멘텀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두 정상이 오는 10일 안전 보장 문제 실무 협상에 앞서 주요 의제와 관련한 양측의 원칙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중요한 것은 결과이며 러시아는 보장된 안보 확보와 같은 결과를 얻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그 같은 시각에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크렘린 공보실은 "전반적으로 대화가 솔직하고 업무적인 성격을 띠었으며 양측 모두에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공보실은 "푸틴 대통령은 (미·러) 공동 작업의 결과는 나토의 동진과 러시아 국경 인근으로의 위협적 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확고한 법적 보장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부연했다.
미 고위 당국자도 "두 정상의 통화는 심각하고 실질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도 "미국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러시아의 병력 증강과 이동을 매우 면밀하고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정상은 이미 이전 통화에서 각자의 입장을 표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결정에 따라 외교적 혹은 심각한 결과가 따를 억제책 등 두 가지 경로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유의미한 진전이 가능한 영역과 합의가 불가능한 영역을 확인했다"며 "(오늘) 통화 목적은 내년 1월 회담의 '논조(tone and tenor)'를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통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뤄져 위기 해소의 돌파구가 마련되느냐가 큰 관심사였다.
cjyou@yna.co.kr, honeybee@yna.co.kr,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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