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소식통 인용 보도…"프랑스, 용의자 잡고도 정치적 이유로 풀어줘"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범들이 감옥이 아닌 사우디 내 고급 빌라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정보당국 고위직들과 관련 있는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로 사우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암살범 중 최소 3명이 수도 리야드의 고급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 국가안보부서가 운영하는 보안 주거구역에 있는 이 시설은 감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카슈끄지의 시신을 훼손한 법의학자와 작전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인물 등이 이 시설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시설에서 해당 인사들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2명으로부터 들은 내용도 전했다.
2019년 말부터 작년 중반까지 수차례 시설을 방문했을 때 이들이 여유 있는 모습으로 살고 있었으며 시설에는 요리사와 정원사 등도 딸려 있었다고 한다.
또 이들이 가족과 자주 만나고 체육관과 업무시설 등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이런 증언은 암살범들을 엄벌했다는 사우디 당국의 발표와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암살범 5명은 2019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작년 항소심에서 20년형으로 감형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사우디 왕실을 비판했던 카슈끄지는 2018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정부 소속 '협상팀'에 살해됐다.
사건 배후에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이 강력히 제기됐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카슈끄지 암살의 전모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2월 기밀 해제된 보고서에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생포하거나 살해하는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의 살해에 가담한 혐의로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 3명을 기소했지만 2019년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석방됐다.
한편, 프랑스 당국은 지난 7일 한 남성을 카슈끄지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지만 이후 동명이인을 착각했다며 석방한 바 있다.
하지만 터키 당국자들은 프랑스가 진범을 잡았지만 정치적 이유로 풀어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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