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값 상승률 현 정부들어 연간 최고치…10월에 최고 상승폭 기록
신속 민간재개발 선정지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전 막판 매수세 몰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작년 서울 주택 매매 시장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가 아파트의 거래량을 매달 앞지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과 아파트에 집중된 규제,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빌라에 매수세가 붙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
◇ 작년 1년 내내 아파트 압도한 빌라 매매
지난해 서울에서 빌라는 아파트보다 매매량이 많은 현상이 12개월 내내 지속됐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등록된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계약일 기준)는 이날 현재까지 2천156건으로, 아파트 매매(567건)의 약 3.8배에 달한다.
거래 등록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수치 자체는 변동될 수 있지만, 아파트보다 빌라 매매가 많은 추세가 바뀌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통상 아파트 매매량은 빌라보다 월간 2∼3배까지도 많았다. 빌라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 탓에 주택 수요자들이 대체로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에는 매월 빌라 매매량이 아파트 매매량을 추월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월별 빌라 매매 건수는 1월 5천880건, 2월 4천495건, 3월 5천157건, 4월 5천722건, 5월 6천16건, 6월 5천478건, 7월 4천850건, 8월 4천526건, 9월 4천205건, 10월 4천138건, 11월 3천415건, 12월 2천156건이다.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5천795건, 2월 3천876건, 3월 3천794건, 4월 3천670건, 5월 4천895건, 6월 3천943건, 7월 4천702건, 8월 4천217건, 9월 2천706건, 10월 2천194건, 11월 1천354건, 12월 567건이다.
아파트 매매는 장기간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지난해 매매 건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비싼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라도 사자는 내 집 마련 수요가 강해졌다.
시가 9억원을 넘지 않는 빌라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별도의 전세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어 대출 규제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을 확정한 지난해 10월에는 빌라 매매 가격 상승률이 작년 최고치(KB국민은행 1.43%·한국부동산원 0.55%)에 이르렀다.
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작년 10월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은 전체 주택 가운데 매매 비중이 55.6%에 달했다. 이는 2006년 월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다.
KB통계 기준 지난해 서울 빌라 매매가 상승률은 8.42%로, 전년 상승률(8.18%)을 웃돌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연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 민간·공공재개발 사업 본궤도…현금청산에 주의해야
이처럼 올해도 작년처럼 '빌라 전성시대'가 펼쳐질지 관심이 쏠린다.
작년 말에 민간 주도 개발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사업의 후보지 선정이 마무리되고, 서울에서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2차 공모도 시작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신속통합기획은 오 시장이 취임한 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재개발의 경우 구역 지정까지 통상 5년 이상 걸리던 것을 2년 이내로 단축하고, 사업 시행 단계에서 교통·환경 등을 통합 심의해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28일 민간재개발 후보지로 최종 선정한 21곳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 이날(1월 2일) 직전까지 규제를 피해 빌라를 사려는 막판 매수세가 몰렸다.
이날부터 서울시 민간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갭투자(세를 끼고 사는 투자) 매수가 막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민간재개발 최종 후보지 중 하나인 용산구 청파2구역 내 '청파궁전빌라트' 전용면적 81.05㎡(대지면적 32.81㎡)는 지난달 30일 7억1천만원(4층)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송파구 마천동 마천5구역 내에 있는 '그린스위트' 전용 27.02㎡(대지면적 17.12㎡)는 새해 첫날이자 주말이었던 전날 7억2천만원에 팔렸다.
이 계약을 중개한 중개업소의 대표는 "시세가 5억∼6억원이었던 가격이 7억원을 넘겨 계약된 사례"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 1월 2일 전에 규제를 피해 계약하려는 매수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내달 28일까지 진행되는 서울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2차 공모도 빌라 매수세를 부추길 수 있다.
공공재개발은 법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의 20∼50%를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받는 사업 방식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인허가 절차 간소화, 사업비 지원, 이주비 융자 등 각종 공적 지원이 제공된다. 공공재개발에는 1차 공모에 70곳이 신청해 16곳이 선정됐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본격적으로 재개발 사업이 도래한 올해에도 빌라의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신축된 빌라를 분양받거나 지분을 쪼갠 구축 빌라를 사면 현금청산 대상이기 때문에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리산정기준일은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시점으로, 기준일 이후의 토지 분할이나 단독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바꿔 신축하는 지분 쪼개기로 소유주를 늘리는 행태를 방지한다.
신속 민간재개발 1차 선정지는 작년 9월 23일, 공공재개발 2차 선정지는 작년 12월 30일이 권리산정기준일이다.
또 정부와 서울시는 앞으로 공모할 공공·민간재개발 사업지의 권리산정기준일을 올해 1월 28일로 지정·고시한다고 발표했다. 기준일은 2023년 말까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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