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고객경험", SK "탄소 2억t 감축", 현대 "친환경 탑티어"
"호랑이처럼 민첩한 조직 만들자" 주문…메타버스 신년회 풍경도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낸 신년사에는 '고객경험'과 '탈탄소', '조직문화' 등 세 가지 열쇳말(키워드)이 공통으로 등장했다.
고객들이 상품·서비스를 이용하는 전 과정에서 느끼는 고객경험을 기업 경영의 중심에 두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자는 주문과 함께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에 대응해 체질을 개선하자는 당부가 신년사에 담겼다.
코로나19 등 대외 불확실성과 사회변화 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이고, 도전과 실패를 포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공통된 요소였다.
◇ 삼성·LG 모두 '고객경험' 강조…"고객경험이 곧 우리가 가야 할 길"
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총수와 CEO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오프라인 시무식 대신 이메일이나 사내 영상메시지 등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겸한 새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삼성과 LG는 올해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고객경험(CX, Customer eXperience) 혁신을 강조했다.
삼성전자[005930]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고객을 지향하는 기술의 혁신은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근간"이라며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고객경험 전담 조직 'CX·MDE 센터'를 신설하고, 완성품 사업부문의 명칭을 DX(Device eXperience·디바이스 경험) 부문으로 변경하는 등 고객경험 중심의 경영을 예고한 바 있다.
LG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첫해인 2019년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고 천명한 이후 매년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금까지 LG는 양질의 제품을 잘 만드는 일에 노력해 왔지만 요즘 고객들은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한다"며 "가치 있는 고객 경험에 우리가 더 나아갈 방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객과 접촉이 비교적 밀접한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신년사에서도 고객 경험 혁신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자주 보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최근 사회 전면에 등장한 MZ세대가 주도하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거론하면서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내·외부 협력으로 가치의 합을 키우자"고 당부했다.
◇ 탄소중립 대응…SK "탄소 2억t 감축", 현대 "친환경 톱 티어 브랜드로"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대응해 발 빠른 체질 개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올해 신년사에 담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글로벌 기후 위기의 엄중함을 거론하면서 "기업도 지구와 직접 대화할 때다. 우리는 2030년까지 탄소 2억t(톤)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SK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친환경 톱 티어(Top Tier) 브랜드'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고객이 가장 신뢰하고 만족하는 친환경 톱 티어 브랜드가 되기 위한 기반을 확실히 다지겠다"며 완성차의 전동화 전환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전동화 상품의 핵심인 모터, 배터리, 첨단소재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연구개발-생산-판매-고객관리'의 전 영역에서 전동화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정 회장은 밝혔다.
그러면서 "전기차와 수소는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 분야의 동력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그룹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과 전략을 체계적으로 실행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호랑이처럼 민첩한 조직 만들자"…조직문화 혁신 주문도
기업들은 코로나19 상황 등 거시적 불확실성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회변화 속에서 민첩한 대응과 도전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을 강조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변화의 시기에 회사가 생존하고 성공의 기회를 만들려면 속도와 효율성에 기반한 민첩한(Agile)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기술과 트렌드를 빠르고,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호랑이해인 새해에는 '새 낫 같은 발톱을 세운' 호랑이처럼 민첩한 조직으로 효성[004800]의 미래를 열어가자"고 당부했다.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004170] 부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 빗나간다'는 캐나다의 유명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말을 나란히 인용하며 도전 정신과 실패도 포용하는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도 신년사에서 "실패를 용인하며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는 포용과 존중의 조직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유연하고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사내 직급 표시 삭제, 부사장·전무 직급 통합, 승진 연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인사제도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은 오프라인 시무식 대신 온라인 행사를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신년회를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인 '현대차그룹(HMG) 파크'를 자체적으로 구축해 온라인 신년회를 진행했다. 이날 4천여명의 임직원이 접속해 광장 형태의 무대인 '라이브 스테이션'에서 정의선 회장의 신년사를 시청했다.
LG와 SK그룹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별도 신년회를 열지 않았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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